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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저임·중노동…‘응급구조사들의 SOS’

등록 2012-05-21 20:05

넘치는 인력탓, 80%가 비정규직
휴일·초과근무 법정수당 떼이고
‘1년마다 계약’ 고용불안에 끙끙
의료인 신분보장·처우개선 절실
부산의 4년제 대학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한 박아무개(29)씨는 2010년 2월 ㄷ대학병원 응급구조사로 취업했다.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고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8시간, 주 40시간 일하는 조건이었다.

한 달 임금은 특근수당 15만2120원을 포함해 162만1820원이었다. 박씨는 1년 남짓 동료 3명과 함께 2명씩 조를 이뤄 하루 12시간씩 맞교대로 일했다. 일요일은 물론이고 명절과 법정 공휴일에도 쉬지 않았다. 이틀에 한 번씩은 심야근무였다. 하지만 급여명세서에는 항상 162만1820원이 찍혀 나왔다. 건강보험료 등을 공제하고 나면 148만5570원이 통장으로 입금됐다.

지난해 2월 병원 쪽은 근로계약서를 다시 제시했는데 계약기간이 11개월 15일이었다. 2년 연속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피하려는 의도였다. 다시 근로계약을 맺어 월급이 7만5740원 올랐고, 병원에서 계약직 응급구조사 2명을 더 채용해 근무형태가 3조 3교대에 하루 8시간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휴일·야간근로수당 등 법정수당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지난 1월 병원을 그만둔 그는 최근 동료 3명과 함께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병원으로부터 지난 2년 동안 법정수당을 받지 못했다”며 진정서를 냈다.

교통사고·화재 현장에서 부상자를 구조하거나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며 응급처치를 하는 병원 응급구조사들이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힘겨워하고 있다. 진료 보조 업무를 하면서도 의료인으로 대접받지 못한 채 법정 근로수당을 떼이는 일이 숱하다고 이들은 호소한다. 박씨는 “급할 때는 간호사가 하는 업무까지 불법으로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응급구조사들도 의료인으로 인정하고 정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들은 인건비를 아끼려 응급구조사들을 주로 비정규직으로 채용한다. 국립 ㅂ대학병원은 응급구조사 7명 가운데 3명만 정규직이다. ㅂ대병원 관계자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정규직 결원이 생기면 비정규직 가운데 정규직으로 승격시킨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응급구조사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배출되는 인력수급 구조도 이들의 근무여건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현재 1급 응급구조사만 전국 대학병원에 3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해마다 전국 대학 39곳에서 700명 넘게 쏟아져나온다.

김건남 전국임상응급구조사회 회장은 “병원들이 비용을 줄이려 응급구조사를 계약직으로 채용해 1급 응급구조자의 70~80%가 비정규직으로 추정되는데, 나아가 정규직 고용을 회피하려고 2년 안에 나가라고 한다”며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가장 먼저 만나는 응급구조사들이 더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신분 보장과 함께 처우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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