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가족
부부가 서로의 ‘양해’를 얻어 각자 원하는 이성친구를 사귀는 것을 두고 ‘폴리아모리’(다자간 사랑)라고 한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상대방의 몸과 마음을 ‘독점’하는 전통적 결혼과는 달라 ‘개방결혼’(Open Marriage)이라고도 불린다. 폴리아모리의 핵심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모든 사람이 사랑을 펼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불륜을 저지르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느니, 최선을 다해 두 사람(혹은 그 이상)을 사랑하는 게 낫지 않냐”는 얘기다.
부부가 다른 파트너를 갖는다는 이유 때문에 폴리아모리는 종종 ‘스와핑’ 등 성적 문란함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성적인 관계는 폴리아모리의 부분일 뿐, 전부는 아니라고 이들은 선을 긋는다. 문제는 ‘관계’ 그 자체. 이들은 부부간에 고도의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는 투명한 관계를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다. 이 때문일까. 지난 15년간 폴리아모리를 연구해 온 엘리자베스 셰프 박사는 “폴리아모리스트들은 관계에 대한 특별한 윤리적 규칙을 갖고 있어, 일부일처제에서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친절하며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질투’란 원초적 감정 때문에 이런 관계가 애초 성립이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있다. 이들은 관점을 달리해보자고 제안한다. 나 외의 파트너와 다양한 관계를 통해 배우자의 삶이 풍요로워진다면 결과적으로 나도 행복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어차피 제도로 묶어둔다고 해서 멀어지는 상대방의 마음까지 묶어둘 수는 없으니까.
이렇게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외신들은 불륜과 이혼율 증가 속에 자란 미국 젊은층에서 증가 추세라고 보도한다. 폴리아모리를 옹호하는 온라인 잡지 <러브 모어>의 경우, 회원 수가 4만5000명에 이른다. 미국에서만 50만명가량이 2명 이상과의 관계를 유지한다는 학자들의 전언도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이성 간의 혼인과 출산으로 만들어지는 가족 중심의 사고가 뿌리 깊은 이 나라에선 폴리아모리는 여전히 ‘발칙한’ 상상의 수준일 뿐이다. 하기야 비혼·동성애 파트너십 등 엄연히 존재하는 가족 형태가 ‘비정상 가족’으로 분류되지 않는가.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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