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폐교생’ 주홍글씨, 누가 책임질건가

등록 2012-05-31 19:58수정 2012-05-31 21:59

[현장] 자진폐교 신청한 경북 건동대
경북 안동시 임하면 산중턱에 자리잡은 대학 앞에는 구멍가게 하나만 덜렁 있었다. 지난 25일 찾아간 건동대는 적막했다. 학기중인데다 평일이었지만,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도로에 학생 하나 보이지 않았다. 오가는 이 없는 캠퍼스에서 펼침막이 바람에 나부꼈다. “비리재단 물러나고 자진폐교 철회하라.”

지난 5월15일 이 대학 재단은 교육과학기술부에 자진 폐교를 신청했다. 학생·학부모의 반대에 밀린 재단은 지난 23일 “폐교 신청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으나, 아직 ‘폐교 신청 철회서’를 제출하진 않았다. 교과부는 지난해 12월 전남 강진 성화대, 전남 순천 명신대에 학교 폐쇄를 명령했다. 두 대학은 2월에 문을 닫았다. 건동대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부실대학으로 선정돼 문을 닫는 세번째 대학이자, 자진 폐교하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너무 어이없고 화가 나요.” 체육대 건물에서 만난 오진헌(가명·21·태권도학과)씨의 얼굴이 붉어졌다. “(지난 15일) 대학축제 겸 스승의 날 행사를 준비하다가 소식을 들었어요.” 학생들은 재단의 폐교 방침을 전혀 몰랐다. “뒤통수 맞은 거죠.” 오씨는 혼란스러워했다.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인근 대학 비슷한 학과로 편입학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게 교과부 방침이다. 그러나 편입을 선택한 경우는 많지 않다. 명신대 재학생 537명 가운데 168명(31.3%)만 편입을 선택했다. 졸업 예정자를 뺀 성화대 학생 가운데 710명(51.6%)이 인근 학교로 옮겼다. 나머지 ‘폐교생’들은 군대에 가거나 고졸 신분으로 취업 전선에 나섰다.

성화대에 다녔던 최석호(가명·21)씨는 지난봄, 이웃 대학으로 편입했다. “학생들이 편입생과 본교생을 늘 구별한다”고 최씨는 말했다. “우린 늘 폐교생 딱지를 달아야 해요. 인생에 빨간 줄이 그어졌어요.” 성화대 출신 학생 210명은 지난 2월 학교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폐교생으로 낙인찍힌 일이 누구 잘못인지 묻는 소송이다.

안동/박현철 기자, 엄지원 진명선 기자 fkcoo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박근혜 올케 서향희 홍콩행…대선 주변정리 시작?
월소득 550만원 부부 이혼 땐 12살 딸 양육비는
제눈 찌른 ‘조선의 고흐’ 이젠 알아주려나
스마트카, 첨단 안전장치 입는만큼 더 안전할까
[화보] 2012 FIVB 세계여자비치발리볼 서울 챌린저 대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