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든든한 빽(?)이 되고 싶다는 엄마가 아이의 단독 사진에 무단 침입하는 모습.
목소리 큰 아들 안녕? 아빠야.
벚꽃 피면 엄마 아빠랑 동물원에 놀러 가서 강희가 좋아하는 꼬꼬랑 악어랑 보여주기로 했는데, 강희가 감기로 고생하는 바람에 벌써 벚꽃이 다 져버렸네. 하얀 벚꽃터널을 걷지는 못하게 됐지만 조만간 엄마 아빠 손잡고 꼬꼬랑 악어 친구 만나러 가자.
언제 100일 지나고 첫 생일을 맞을까 했는데 벌써 두번째 봄도 다 지났구나. 그만큼 우리 강희가 쑥쑥 자라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나날인지 모른다. 겨우내 바깥 구경도 많이 못 했는데 이제 햇볕도 쪼이고 바람도 만져 보고 놀이터도 달리면서 신나게 놀 수 있겠다. 그럼 아빠랑 강희가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친해질 수 있겠지?
사실 아빠가 강희랑 제대로 놀아주지 못해서 항상 미안했거든. 이제부턴 그런 미안한 마음을 조금 덜어냈으면 좋겠다. 조금 더 앞서 가자면, 강희가 얼른 커서 다른 아빠와 아들처럼 함께 목욕탕도 가고, 낚시 가서 물고기도 잡고, 운동장에서 축구도 하고, 등산도 다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엄마가 좀 질투할 수도 있겠지만 사나이들의 세계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거잖아?
아빠는 지금도 우리가 처음 만나던 순간의 벅찬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단다. 우리 아기가 어떻게 생겼을까, 날 얼마나 닮았을까, 아빠처럼 뒤통수가 찌그러져 있지는 않을까, 궁금한 것도 참 많았는데 긴 기다림 끝에 막상 강희 너를 품에 안았을 땐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그냥 눈물만 흘렀단다. 강희만큼이나 씩씩한 아빠를 첫 만남부터 울게 만들었으니 넌 참 대단한 아들이야.
이제 아빠가 강희에게 바라는 것 몇 가지만 얘기해볼까? 아빠는 강희가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고 겁내지 않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놀 때 열심히 놀고 새로운 일도 많이 접하면서 견문이 넓은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 주변 사람들 위에 서기보다 어깨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고. 아빠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성격이 못돼서 그런지 너무 많은 부분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빠가 지키지 못하는 걸 아들에게 요구하는 건 너무 이기적인 생각일까? 완벽하게 지키고 살지는 못하겠지만 조금이라도 근접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얘기란다.
지난겨울을 보내는 동안 감기가 떨어지질 않아서 속상했는데, 그만큼 더 튼튼해져 감기쯤은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어. 앞으로도 지금처럼 튼튼하고 씩씩하게 자라주길 바랄게. 사랑한다, 아들. 2012년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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