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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운임 6만원 오를때 경유값 37% 급등…빚내 적자 메우기 ‘허덕’

등록 2012-06-26 20:06수정 2012-06-26 21:49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파업 이틀째인 26일 오후 경기 의왕시 이동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 제2터미널에서 물류 운송 지원을 나온 군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의왕/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파업 이틀째인 26일 오후 경기 의왕시 이동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 제2터미널에서 물류 운송 지원을 나온 군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의왕/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작년 총수입 8171만2000원 기름값만 4563만원 빠져
할부금에 통행료·지입비… 손에는 쥐꼬리 “또 적자네”
정부 대책은 먼나라 얘기 유가보조금마저 이달 종료
1억짜리 연립 팔고 전세로 ‘빚좀 갚자’ 애달픈 넋두리
“시팔 적자네.”

30년째 화물차를 몰아온 강아무개(53)씨의 지난해 2월28일 차계부에 쓰여 있는 글이다. 자동차 관련 수입과 지출을 나타내는 숫자가 기계적으로 반복되던 차계부의 지난해 9월7일치에는 “으그 죽겠다”, 10월에는 “또 적자네”라는 글이 적혀 있다. 강씨의 지난해 총수입은 8171만2000원으로, 숫자만 놓고 보면 매달 680만원을 버는 고소득자다. 왜 강씨는 ‘적자’라고 써야만 했을까?

그가 지난 1년5개월여 동안 매일 기록한 차계부는 ‘적자 인생’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기름값은 크게 올랐지만 일거리는 불안정하고 운임은 제자리를 맴돌아 손에 쥐는 돈은 변변찮았다.

그의 차계부를 보면, 기름값은 화물 운송비용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사용한 ℓ당 345원의 유가보조금을 받아도 식대·고속도로통행료·지입비·차량할부금·차량유지비용 등을 제하고 나면 매달 손에 쥐는 돈은 20만원 남짓인 그에게 경유값 100원의 차이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강씨는 지난해 총수입의 55.8%인 4563만7000원을 경유를 넣는 데 사용했다. 월평균 380만여원어치다. 그나마 지난해 10월 새 차로 바꾸기 전까지는 김포·평택 등 중·단거리 위주로 일했기 때문에 동료 기사들에 비해 기름값이 많이 들지는 않는 편이었다.

그래도 기름값은 그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해 2월 ℓ당 1650원대를 유지하던 경유가격은 3월 둘째 주 1700원대를 넘어 연말까지 1750원대 이상을 기록했고, 올해는 18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초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 뒤 정유사들이 4월부터 석달 동안 ℓ당 100원 할인을 진행했지만 강씨의 차계부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경유 평균가격이 1621.73원이었던 지난해 1월 강씨는 96만원을 벌었지만, 경유값이 171원 오른 4월에는 17만원을 손에 쥐었다. 기름은 비슷하게 넣었지만 기름값 상승으로 한달에 41만3307원 이상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평균 경유값 1865.56원을 기록한 올해 4월은 지난해 1월에 주유했던 양만큼 기름을 넣기 위해 58만7000여원을 더 지출할 수밖에 없었다. 1년 사이 정부는 휘발유와 경유값을 잡기 위해 알뜰주유소 도입, 석유 전자상거래 등 유통구조 개선을 추진했지만 강씨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없었다.

기름값이 오른 가운데 예기치 않은 지출이 생길 경우 곧바로 적자를 뒤집어써야 하는 구조다. 지난 5월 차량유지·수리 비용이 300만원 들어가자 강씨는 바로 185만원의 손해를 봤다. 생활비와 자녀 학비에 빚이 쌓인 그는 결국 지난해 1억500만원짜리 연립주택을 팔고 전세금 3000만원짜리 아파트로 이사를 해야 했다.

경유값은 상승세를 탔음에도 운임은 제자리였다. 그마저도 일거리가 불규칙해 월별 수입도 들쑥날쑥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한 운송회사의 운임료 표를 보면, 인천에서 김포까지 4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운송할 경우 기사들이 받는 운임은 2007년 14만원에서 2009년 15만원으로 1만원 올랐고, 2012년에도 이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인천에서 부산 운송도 2007년 48만원→2009년 52만원→2012년 54만원으로 찔끔찔끔 올랐다. 이 기간 동안 경유값은 1272.73원(2007년)→1397.47원(2009년)→1745.71원(2011년)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약 416㎞ 거리인 인천~부산을 왕복하는 데 280ℓ의 경유를 사용할 경우 2007년에는 35만6000원의 기름값을 지출했고, 2011년에는 48만8000원을 기름값으로 썼다. 즉 운임이 6만원 오르는 동안 경유값은 13만2000원 오른 것이다.

게다가 2001년부터 운송사업자들의 유류비 부담 완화를 위해 국토해양부가 시행한 유가보조금 제도는 이달 말 종료될 예정으로 연장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화물연대가 “정부의 유가보조금 지급은 결국 유류세 일부 환급에 지나지 않는다”며 유류세 인하와 면세유 지원 등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화물연대는 “4년 전 총파업을 한 뒤에도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아 이번에 파업에 나섰다”고 주장한다. 화물연대는 “2007년 4분기부터 2008년 2분기까지 경유가는 27%가 상승했지만 지입차주 운임은 오히려 2%가 하락하며 화물차 운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며 “2010년 4분기부터 2012년 1분기까지 경유값이 20% 가까이 상승한 데 반해 운임은 오히려 9%가 하락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강씨의 두꺼운 차계부 사이에는 색이 바랜 네잎 클로버가 꽂혀 있었다. 하지만 올해 차계부 1월29일치에는 ‘빚 좀 갚자’는 네 글자가 박혀 있다.

이승준 노현웅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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