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소식통 밝혀…검찰, 이상호기자 오늘 불러
국가정보원은 1999년 옛 국가안전기획부에서 불법도청을 전담한 ‘미림팀’ 팀장 공운영(58)씨한테서 회수해 폐기했다는 200여 개의 테이프와 녹취록의 주요 내용을 현재까지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또 미림팀이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인 94년 재가동되는 과정에 김현철씨와 안기부 운영차장을 지낸 김기섭씨가 깊숙하게 관여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1일 오후 열리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옛 안기부의 불법도청 활동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국정원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31일 공씨한테서 99년 회수한 불법도청 테이프와 관련해 “테이프 소각 여부와 관계 없이 국정원이 테이프와 녹취록의 주요 내용을 파악한 자료는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공씨 집에서 압수한 녹음 테이프와 녹취록 등이 국정원이 회수한 테이프와 내용상 일치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며, “검찰의 압수물 분석이 먼저 끝나고, 국정원이 파악 중인 내용과 비교를 해봐야 일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국정원이 어떤 형태로든 폐기됐다는 도청자료의 내용을 알고 있음을 확인했다. 국정원은 그동안 이건모 전 감찰실장 등을 통해 공씨로부터 반납받은 테이프 등은 모두 소각했다고 밝혀왔다. 이 관계자는 또 “국정원이 자체조사를 통해 천용택 전 원장 시절 불법 도청 테이프를 회수하면서 공씨의 사업을 지원했다는 의혹과, 미림팀의 재가동에 김현철·김기섭씨가 관여한 의혹의 실체를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은 이미 천 원장과 이건모씨 등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대부분 마쳤다”며 “그러나 이런 내용들이 모두 정보위 보고에 들어갈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서창희)는 이날 재미동포 박인회(58·구속)씨한테서 테이프를 건네받아 보도한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에게 1일 검찰에 나올 것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상호 기자는 일단 참고인 자격이지만 신분이 변할 수 있다”고 말해 처벌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문화방송 쪽은 “29일 밤 출석하라는 통보가 왔다”며 “1일 회사 차원에서 논의해 소환 시기 연기 요청 등을 하겠다”고 말했다. 문화방송 노조는 “검찰이 그 어떤 선택을 하건 결코 본질을 흐리기 위한 사술이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 문화방송 보도를 ‘추악한 거래’쯤으로 몰고 가 국민의 시선을 어디론가 돌리려고 한다면 검찰은 곧 백 배 천 배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압수한 녹음 테이프 274개와 13권의 녹취 보고서에 대한 분석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녹음 테이프와 녹취록의 내용이 겹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며, “이 때문에 분석에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입원 중인 공운영씨가 빠른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이번 주 초 수사팀을 병원에 보내 관련 혐의를 조사하기로 했다. 분당 서울대병원 쪽은 이날 “공씨의 30일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가 양호한 편이라 2일이면 퇴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검찰은 공씨를 상대로 압수한 녹음 테이프와 녹취 보고서가 99년 국가정보원에 반납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것인지, 감춰놓은 도청 자료는 더 없는지 등을 캐물을 계획이다. 황상철 박주희 김규원 이정국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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