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접수대 앞에서 “성관계 언제? 낙태경험은?” 질문에 수치심

등록 2012-07-02 19:05수정 2012-07-03 12:36

임신 걱정에 병원 찾은 20대
간호사 질문에 수치심 느껴
여성민우회 800명 설문결과
64.3% “산부인과에 거부감”
여성이 불편한 산부인과

20대 김효주(가명)씨는 최근 남자친구와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 임신한 게 아닐까 걱정되어 산부인과에 들렀다. 접수대로 다가갔더니 간호사가 대뜸 물었다. “성관계 경험 있어요?” 김씨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다른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에서 20대 여성이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김씨는 수치심을 느꼈다. 그런 질문을 받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별생각 없이 산부인과를 찾은 일을 후회했다. “환자를 함부로 다루지 않는 산부인과를 골라 갔어야 했어요.”

 또다른 20대 여성인 이미경(가명)씨는 얼마 전 어머니와 함께 동네 산부인과를 찾았다. 생리불순 때문에 방문했는데, 접수대 간호사의 첫 질문은 상상을 넘어섰다. “낙태 경험이 있나요?” 곧이어 “성 경험을 언제 했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어머니가 곁에 있어 이씨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지극히 사적인 그런 질문은 남들이 없는 곳에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씨는 산부인과를 갈 일이 생겨도 자꾸만 꺼려져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김씨와 이씨만 이런 일을 겪는 것이 아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5월부터 산부인과 진료 경험이 있는 여성 1000여명을 상대로 산부인과 이용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210명의 1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산부인과에 대한 거부감’ 항목에서 응답자의 3분의 2에 가까운 64.3%가 “거부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진료에 대한 두려움’(56.3%)이 가장 많았다. 사회적 시선에 대한 부담(30.4%), 질병이 발견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3.7%) 등이 뒤를 이었다. 중병에 걸렸을까 걱정하는 마음보다 산부인과 진료 자체가 더 두렵다는 뜻이다.

 산부인과에 대해 떠올리는 이미지를 묻는 주관식 질문에서 응답자의 상당수는 ‘굴욕, 불편, 불쾌, 무서움, 민망, 수치심, 차가움’ 등 부정적 단어를 적었다. ‘사랑, 생명’ 등 긍정적 이미지는 가뭄에 콩 나듯 드물었다. 심지어 조사 대상자 가운데 상당수는 진료와 무관한 ‘성희롱’에 가까운 질문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평생 한번 이상 찾게 되는 산부인과를 왜 상당수 여성들은 불편하게 느껴야 할까? <한겨레>는 10대 소녀부터 완경 여성까지 누구나 편히 발걸음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를 만들기 위한, 작지만 착한 변화들을 모색해보기로 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화보] 김연아 “2014 소치올림픽서 은퇴”

<한겨레 인기기사>

수배중인 사기범 잡아줬더니… 전두환 조카라고 석방?
이상득, MB향해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 “가슴이 아프다”
올림픽 성화봉송 문대성, ‘태권왕’ 아닌 ‘철판왕’
[화보] 박근혜에 눈도장 찍겠다고 의원들 줄줄이…
‘MB의 굴욕’…국회 개원 연설 도중 박수 한번 못 받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