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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용산참사 바로 옆 3구역, 텅빈 건물에는 악취만 진동

등록 2012-07-04 16:15수정 2012-07-04 18:44

<한겨레TV> 무편집 친절한 현장 10회
‘또 하나의 용산’ 퇴거 마지막날 밤에 만난 철거민
“5년간 여러번 감정평가했지만, 보상액 큰 차이 없죠”
안녕하십니까, 김도성입니다. 이번 시간은 제가 다녀온 현장을 여러분께 보여드리며 설명드리는 시간, 무편집 친절한 ‘현장’으로 꾸며봤습니다.

요즘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개의 문’이 화제죠? 용사 참사를 둘러싼 진실은 아직 풀리지 않은 채, 전국 곳곳 제2의 용산에서 철거민들은 여전히 신음하고 있습니다. 용산 3구역도 그중 하나입니다. 용산 참사가 일어났던 4구역 바로 옆이죠.

“오기가 생겨요. 4구역 분들이 왜 망루를 세우고 극한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는지 알겠어요.”

지난 6월 30일 밤. 용산 3구역 철거민 김인순씨는 부동산 인도 강제집행 예고장을 보여주며 ‘멘붕’이 된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이날은 이곳에 아직 남아있는 철거민들이 퇴거한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김씨는 이곳에서 20년간 옷가게를 해왔습니다. 넓진 않지만 인근 다른 가게보다는 넉넉하고 깨끗한데다, 도로에 인접해 있어 ‘손님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쇼핑을 즐겼던 곳’이라고 자부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2008년 재개발을 한다며 가게를 찾아온 감정평가사는 5분 정도 둘러보더니 보상금으로 1950만원을 책정했습니다. 1992년에 1억원 넘는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가게였는데 말입니다.

저녁 8시. 가게를 나온 김씨는 근처 만두 가게로 향했습니다. 이 가게 주인인 이정근씨도 김씨와 함께 오랫동안 철거에 맞서 싸워왔습니다. 두 사람은 가게 한쪽에서 큼지막한 냄비를 들고 나왔습니다. 안에는 조금 전까지 팔팔 끓던 김치찌개가 한가득이었습니다.

“이거요? 연대 온 분들이 있어서 저녁 대접해 드리는 겁니다.”

두 사람은 냄비를 들고 또 다른 철거민 가게로 향했습니다. 가게에는 강정마을 활동가와 시민 등으로 구성된 ‘생명 평화 자전거 국토 순례단’이 와 있었습니다. 박용성 순례국장은 “쌍용자동차, 콜트·콜텍, 밀양 송전탑 등 여러 현장을 순례하는 중”이라며 “생명과 평화가 깨지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순례단과 함께 밥을 해먹으며 김씨와 철거민들의 표정이 모처럼 밝아졌습니다. 이곳 철거민 대책위원회는 김씨 등 여섯 가게 주인이 오랫동안 뭉쳐서 싸워왔는데, 하루 전 그 중 두 명이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김씨는 “그 빈자리를 느끼기도 전에 순례단이 와 줘서 정말 고마울 뿐”이라며 웃었습니다.

일행은 옆 상가 건물 4층으로 향했습니다. 이 건물에는 남아 있는 주민이 없습니다. 철거에 밀려 모두 떠나간 것입니다. 용역 철거반이 건물 안의 유리창과 시설물을 전부 부숴버려 엉망진창이었습니다. 또 곳곳에 오물을 쌓아놓은데다 전기·수도도 끊겨 악취가 진동했습니다. 순례단은 이곳에서 하룻밤 자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만류하던 3구역 철거민들은 순례단이 고집을 꺾지 않자 그나마 깨끗한 4층의 한 곳을 청소해 놓았던 것입니다. 김씨는 “열심히 치워놓긴 했지만 바닥에 유릿가루가 남아 있을 수 있으니 손을 짚거나 하진 마시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철거민들과 순례단은 방 가운데에 촛불을 켜놓고 둘러앉아 간담회를 시작했습니다.

“5년간 이런저런 기관에서 여러 번 감정평가를 했어요. 하지만 그래봤자 첫 평가 보상액에서 큰 변화는 없어요. 1억원짜리 가게를 1950만원으로 매겨 놨는데 거기서 40~50% 올라봐야 무슨 소용이겠어요? 그래서 모든 철거 현장에서 첫 감정평가를 형편없는 가격으로 때려버리는 거예요. 법률 개정? 장난만 치다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죠.”

김씨와 철거민들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실제로 용산 참사 후 추진됐던 법률 개정은 대부분 표류 상태입니다. 권리금 보상 대신 휴업 보상비 6개월분을 보장하는 방안은 정부가 검토 단계에서 폐지했고, 강제퇴거 금지법은 정동영 전 의원이 올해 초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폐기됐습니다.

“용산 참사를 보면서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민중가수가 됐습니다. 이 일은 여러분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순례단의 일원인 송을채씨는 슬픈 노래를 준비했으나, 철거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바꿔서 밝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용역들에 의해 파괴된 건물, 곧 철거돼 사라질 공간들이 송씨의 노래로 가득 찼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자라난 작은 꿈 하나. 노래여 날아가라.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땅. 평화의 바람으로 노래여 날아가라.”

연출·글 김도성 피디 kdspd@hani.co.kr

아이튠즈 팟캐스트 http://itunes.apple.com/kr/podcast/mupyeonjib-chinjeolhan-gijadeul/id536082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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