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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시효 때문에 처벌 못해도, 사건 조작자 역사 앞에 밝혀야”

등록 2012-07-04 20:33수정 2012-07-05 09:48

유서대필 혐의로 옥살이를 한 강기훈씨가 출소 이후인 지난 1998년 3월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내 김기설씨의 묘소를 찾았다.(왼쪽) 1991년 6월, 강기훈씨가 검찰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강씨는 그해 5월 분신자살한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 유서를 대필했다는 혐의를 받자 결백을 주장하며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벌였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유서대필 혐의로 옥살이를 한 강기훈씨가 출소 이후인 지난 1998년 3월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내 김기설씨의 묘소를 찾았다.(왼쪽) 1991년 6월, 강기훈씨가 검찰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강씨는 그해 5월 분신자살한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 유서를 대필했다는 혐의를 받자 결백을 주장하며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벌였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간암 합병증 고통받는 강기훈씨
잘못된 판결 시정돼야 하는데
그때까지 내가 갈 수 있을지…
“갈 길이 먼데… 제가 그 시간까지 갈 수 있을는지 모르겠네요….”

스물아홉의 젊은이는 이제 걷는 것도 힘들어하는 쉰살의 환자가 됐다. 1991년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강기훈씨는 간암 수술 뒤 요양 치료를 위해 지방의 한 치유센터에 머물고 있다. 4일 <한겨레>와 전화통화를 한 강씨는 내내 힘들어하면서도, 사법부가 더는 시간을 끌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강은 어떤가?

“별로 좋은 편은 아니다. 지난 5월23일 입원해 간 한쪽의 절반가량을 잘라내는 수술을 했다. 종양이 2개 나왔다. 6월11일 퇴원했는데 합병증이 도져서 6월27일 다시 입원해 어제 퇴원하고 여기로 내려왔다. 합병증은 위 정맥류인데, 처음엔 바깥쪽으로 터져서 피를 토했고 다음엔 내출혈이 일어났다. 이제 치료 시작이다.”

-언제 암에 걸린 것을 알았나?

“부모님이 모두 간암으로 돌아가신 뒤 3개월마다 시티(CT) 촬영을 하면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왔다. 1월엔 이상이 없었는데 4월 말에 이상이 나타났다. 정밀검사를 해보니 악성종양이었다. 즐겁게 지내야 암도 이겨낼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강씨의 아버지는 2007년 11월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 뒤 재심을 통해 아들의 누명이 풀리는 것을 보지 못한 채 2008년 12월 간암으로 별세했다. 어머니도 간암이 뼈로 전이되면서 2010년 4월 별세했다. 강씨는 이런 일로 더욱 괴로워했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했다. 간암 발병은 가족력과 함께 이런 스트레스 때문으로 보인다.
강기훈씨 유서대필 조작사건 일지
강기훈씨 유서대필 조작사건 일지

-대법원의 재심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데?

“사법부가 재심의 기회를 기약 없이 봉쇄하고 있다. 공직자라면 공직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인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해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은 곤란하다. 어떻게 보면 내 몸 상태가 이 지경에 이르는 상황을 바라는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사법부도 사건 조작에 책임이 있는 일종의 공범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사법부가 자기 잘못을 되돌릴 기회라고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닌가. 이미 고등법원에서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는데도 대법원이 아무런 이유 없이 시간을 끄는 것은 옳지 않다. 재심을 열라고 하는 것이니, 본안에 대한 판단은 재심에서 해도 되는 것 아니냐. 대법원이 쥐고 있을 이유가 없다. 나쁜 행동이다. 나중에 비판받지 말고 얼른 결정을 내려줬으면 한다. 시간이 없지 않은가.”

-재심 법정이 열리면 꼭 하고 싶은 말은?

“그건 정말 머나먼 얘기다. 갈 길이 먼데…. 이번 일은 나의 신원 문제뿐 아니라, 사건을 만들어내고 지휘한 사람들까지 조사해야 한다. 시효 때문에 처벌은 하지 못해도 누가 그렇게 사건을 조작했는지는 역사 앞에 밝혀내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갈 길이 멀다. 지금은 어떻게든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는 것까지만이라도 됐으면 좋겠다. 그것도 시간이 만만찮게 걸릴 텐데…. 내가 그 시간까지 갈 수 있을는지조차 모르겠다.”

강씨는 체력이 아직 살아나지 않아 걷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잣말처럼 “갈 길이 먼데…”라는 말을 거듭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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