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시장의 작품인 청계천
[토요판] 커버스토리
제2의 새마을운동 안 하려면…
제2의 새마을운동 안 하려면…
카우퍼(J.M.Cowper)는 ‘신은 인간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고 얘기했다. 그의 말처럼 인간이 도시를 만든 것은 신이 인간을 만든 행위와 비교될 만큼 인류에게 획기적인 일이었다. 이렇듯 도시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자,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살아있는 공간이다. 서울도 한국전쟁 이후 압축 성장과 변화를 해오며 세계 도시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세계 도시 서울에서 성공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시장은 어떤 시장일까? 아마도 서울의 시대적 과제를 이해하고 도시정책을 추진한 시장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럼 서울이란 어떤 도시였고,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쳤을까?
한국전쟁으로 철저히 파괴된 도시였던 서울은 긴급하게 도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건설된 ‘응급형 도시’였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서울시 19만동의 일반주택 중 3만4742동이 완전 소실 또는 파괴됐으며, 반쯤 소실되거나 파괴된 것이 2만340동에 달했다. 또한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연간 현재 경주시 인구만큼의 인구수가 증가해 만성적인 주택난을 겪게 된다. 한때 판자촌에 거주하는 서울시민들이 13%까지 육박했음은 이런 만성적인 주택난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은 장기적 도시계획의 안목도, 여유도 없이 압축 성장의 길을 걸었다.
압축 성장의 결과로 서울은 인구 1000만의 세계적인 대도시로 성장했다. 압축 성장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서울은 ‘정상 도시’의 길을 걷지 못하고 응급형 도시로 성장하고 말았다. 서울 및 수도권 집중과 과밀로 비수도권과 격차가 심화됐으며, 서울 자체도 강남과 강북으로 도시가 양분됐다. 또한 아파트 위주의 개성 없고 단조로운 도시 환경과 경관을 만들었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도시가 돼버렸다.
응급도시였던 서울은 2000년대를 맞이하면서 재구조화의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시민들이 정상 도시의 기능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서울 시민들의 욕구가 양적 성장에서 삶의 질로 전환을 요구하는 터닝포인트의 시점이었다. 이때부터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폭력적인 도시계획시설이던 육교와 고가도로가 철거되기 시작했고, 녹지 공원들이 늘어나는 등 시민들의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도시계획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는 ‘청계천 복원’이라는 의제가 핵심 이슈가 됐다. 김민석 당시 민주당 후보는 교통대란을 이유로 청계천 복원에 신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반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청계천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명확하게 약속했다. 결국 청계천 복원을 확실하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했다. 청계천 복원이 서울시의 시대적 과제를 잘 포착하고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 복원이라는 의제 뒤에 숨은 서울의 시대적 과제를 이해했고, 이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여 시민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은 강남-강북의 균형발전이라는 논리를 들고 서울 시민의 욕망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개발 정책을 밀어붙였다. 바로 현재 서울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도시 문제인 ‘뉴타운’ 사업의 시작이었다.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 복원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잘 포착했으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해야 할 도시재생이라는 과제를 뉴타운식 개발이라는 욕망에 정치적으로 타협하고 말았다.
‘청계천 복원’ 잘 포착했으나
뉴타운 사업 밀어부친 이명박
‘시프트’ 치적 세웠으나
디자인서울로 망친 오세훈 이명박 시장을 뒤이은 오세훈 시장은 서울의 시대적 과제를 이해했는가? 오 시장의 유일한 치적은 시프트(장기전세주택)로 상징되는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다. 장기전세주택 시프트는 저소득층만 거주하는 빈민의 ‘게토’로 인식되던 공공임대주택의 이미지를 서민과 중산층도 거주하는 주거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시프트의 슬로건은 주거 문화의 변화를 요구하던 시대적 과제를 잘 포착했다고 볼 수 있다. 오 시장은 임기 때 뉴타운 문제의 출구전략을 내놓아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시민들의 복지 요구에 조응했어야 했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은 ‘디자인 서울’이라는 정책을 통해 광화문광장, 디자인 거리, 세빛둥둥섬 등 서울시의 사업들을 장식형, 조경형, 조감도형으로 진행했다. 무상급식으로 의제화됐던 시민들의 복지 요구는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면서 외면했다. 마을공동체 사업, 명심하라
행정이 시어머니가 돼서
시시콜콜하게 개입한다면
주민들의 자발성을 방해할 것 박원순 시장은 변화된 사회·경제 환경과 도시공간을 조화시키는 도시재생 및 재구조화(restructuring) 과제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풀어가야 한다. 그의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오 시장 때부터 시민들이 시대적 과제로 요구했던 뉴타운·재개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출구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뉴타운 출구전략은 개발이익에 종속된 도시인 서울을 공공성이 회복되는 정상도시로 되돌리는 중요한 시대적 과제이다. 박 시장 취임 이래 전임 시장들의 개발정책(뉴타운, 한강르네상스)으로 잊혀졌던 ‘마을’이 떠오르고 있다. 박 시장의 서울시는 마을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는 마을 중심의 시정인 ‘마을공동체’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의 시정에 ‘마을’이라는, 시민들의 생활 공간이 중심에 놓였다는 것은 공공성의 회복을 향한 패러다임의 대전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마을공동체 사업이 ‘제2의 새마을운동’이 되지 않으려면 마을 주민들의 창조적인 자발성이 발현되도록 행정은 지원하고 주민이 앞장서는 방향이 돼야 한다.
만약 마을공동체 사업에서 서울시가 성급하게 성과를 내려고 한다면, 주민의 자발성은 급격히 위축되고 행정 주도의 사업으로 전락할 것이다. 서울시는 명심해야 한다. 행정은 주민들과 지역 활동가 및 전문가에게 전적으로 맡겨두고, 뒤에서 도움이 될 만한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서 지원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행정이 시어머니가 돼서 시시콜콜하게 개입한다면 주민들의 자발성을 방해하고 사업을 왜곡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주원 나눔과미래 사회적기업 국장·㈜두꺼비하우징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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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 시장의 작품인 새빛 둥둥섬
뉴타운 사업 밀어부친 이명박
‘시프트’ 치적 세웠으나
디자인서울로 망친 오세훈 이명박 시장을 뒤이은 오세훈 시장은 서울의 시대적 과제를 이해했는가? 오 시장의 유일한 치적은 시프트(장기전세주택)로 상징되는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다. 장기전세주택 시프트는 저소득층만 거주하는 빈민의 ‘게토’로 인식되던 공공임대주택의 이미지를 서민과 중산층도 거주하는 주거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시프트의 슬로건은 주거 문화의 변화를 요구하던 시대적 과제를 잘 포착했다고 볼 수 있다. 오 시장은 임기 때 뉴타운 문제의 출구전략을 내놓아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시민들의 복지 요구에 조응했어야 했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은 ‘디자인 서울’이라는 정책을 통해 광화문광장, 디자인 거리, 세빛둥둥섬 등 서울시의 사업들을 장식형, 조경형, 조감도형으로 진행했다. 무상급식으로 의제화됐던 시민들의 복지 요구는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면서 외면했다. 마을공동체 사업, 명심하라
행정이 시어머니가 돼서
시시콜콜하게 개입한다면
주민들의 자발성을 방해할 것 박원순 시장은 변화된 사회·경제 환경과 도시공간을 조화시키는 도시재생 및 재구조화(restructuring) 과제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풀어가야 한다. 그의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오 시장 때부터 시민들이 시대적 과제로 요구했던 뉴타운·재개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출구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뉴타운 출구전략은 개발이익에 종속된 도시인 서울을 공공성이 회복되는 정상도시로 되돌리는 중요한 시대적 과제이다. 박 시장 취임 이래 전임 시장들의 개발정책(뉴타운, 한강르네상스)으로 잊혀졌던 ‘마을’이 떠오르고 있다. 박 시장의 서울시는 마을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는 마을 중심의 시정인 ‘마을공동체’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의 시정에 ‘마을’이라는, 시민들의 생활 공간이 중심에 놓였다는 것은 공공성의 회복을 향한 패러다임의 대전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마을공동체 사업이 ‘제2의 새마을운동’이 되지 않으려면 마을 주민들의 창조적인 자발성이 발현되도록 행정은 지원하고 주민이 앞장서는 방향이 돼야 한다.
이주원 나눔과미래 사회적기업 국장·㈜두꺼비하우징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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