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문
‘용산참사’ 부상 2명 항소심 공판
수차례 수술뒤 고통스런 투병
수차례 수술뒤 고통스런 투병
3년이 흘러도 몸과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2009년 1월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에서 망루를 쌓고 농성을 하려던 철거민과 이를 진압하려던 경찰특공대를 덮친 화염을 피해, 4층 높이에서 떨어져 크게 다쳤던 철거민 김아무개(55)씨와 지아무개(43)씨가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 혐의로 1년5개월 만에 항소심 법정에 힘겹게 섰다.
10일 오전 10시4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505호 법정에 김씨는 휠체어를 타고, 지씨는 목발을 짚은 채로 나왔다. 김씨의 왼발에는 깁스가, 몸통에는 보호대가 감겨 있었고, 지씨도 오른발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참사 이후 3년 동안 지씨는 10번, 김씨는 7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완치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지만, 부상으로 항소심 재판까지 집행이 유예됐다. 최근 법원의 심리 재개 결정으로 법정에 나오게 된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조경란)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김씨는 재판의 첫 절차에 따라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말하면서부터 울먹이기 시작했다. 재판장이 “몸상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김씨는 “뼈가 완전히 붙지 않아서 5분 이상 걷지 못하고 통증이 심해서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라고 울먹이며 답했다.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듯 여러차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망루에 오른 것은 투쟁하려고 올라간 게 아니라 피할 곳이 없어서 도망가다시피 올라간 것인데, 특공대원이 올라오니까 망루에서 나오질 못해서… 결국 이 상황까지 왔어요”라고 말했다. 지씨도 떨리는 목소리로 “아직 통증이 심해서 진통제를 먹고 살아요”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재판은 20여분 만에 끝났다. 재판장은 “김씨가 병원 진료를 받는 8월20일 이후에 다시 재판 일정을 잡겠다”며 “김씨와 지씨 모두 현재 몸상태에 대한 병원의 소견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 제도 개선 위원회’ 박래군 집행위원장은 “두분이 참사 이후 부상 통증과 경제적 상황, 트라우마 등이 겹쳐 우울증이 심각하고 이 때문에 부상 회복도 더뎌지고 있다”며 “다시 구속된다면 정신적 상처가 클 것이라는 점을 법원이 잘 헤아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판이 끝나고 지씨에게 ‘다시 법정에 서니 어떠냐’고 묻자 그는 “죽고 싶죠, 뭐…”라고 운을 떼며 “우리는 용산의 ‘용’자만 들어도, 경찰만 봐도 깜짝깜짝 놀라요”라고 말했다. 재판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 김씨도 “아… 그 얘기만 하면 눈물이 나네”라고 말하며 화상 흉터가 남아 있는 손으로 눈물을 훔쳐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박지성 아버지 “맨유는 마지막까지 박지성 이적..”
■ “한국경찰에 출동요청했다”는 미군진술은 거짓이었다
■ “썩은 주검 널린 마을에선 개까지 총에 맞아”
■ 박근혜 “불통이라는 말은 별로 들은 기억이 없다”
■ [화보] 검찰 소환 이상득, 계란 세례…
■ 박지성 아버지 “맨유는 마지막까지 박지성 이적..”
■ “한국경찰에 출동요청했다”는 미군진술은 거짓이었다
■ “썩은 주검 널린 마을에선 개까지 총에 맞아”
■ 박근혜 “불통이라는 말은 별로 들은 기억이 없다”
■ [화보] 검찰 소환 이상득, 계란 세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