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서 “선친이 한일”
고영한(57·법원행정처 차장) 대법관 후보자가 부친의 땅을 매매를 가장해 편법으로 물려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고 후보자는 농지개혁법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위장전입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결과, 고 후보자는 1975년부터 1982년까지 전남 담양군 창평면 일대의 논밭과 임야 등 12만402㎡를 편법으로 물려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땅은 원래 고 후보자의 아버지 소유였는데, 고 후보자가 이 땅을 구입한 것으로 꾸며 소유권을 넘겨받은 것이다. 우원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실제 매매대금을 치르지 않고 땅을 넘겨받았기 때문에 증여세를 탈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후보자는 또 1982년 10월 광주 산수동에서 전남 담양군으로 두 달 동안 주소지를 옮겼다. 이 사이에 고 후보자는 아버지 소유의 창평면 밭 863㎡를 구입했다며 소유권 이전 등기를 했다. 당시 군법무관으로 복무중이던 고 후보자는 두 달 동안 주소지만 옮겼을 뿐 실제 이곳에 거주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농지개혁법상 농지를 구입하려면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하고, 직접 농사를 지을 경우에만 농지 소유가 가능했다. 결국 농지를 넘겨받기 위해 위장전입을 한 것이다. 또 농지를 매매하기 위해서는 농지매매증명(농지취득자격증명)도 필요했다. 우원식 의원은 “고 후보자가 농사를 짓지 않았기 때문에 농지매매증명도 허위로 작성됐을 것인 만큼 주민등록법과 농지개혁법 위반은 물론 공문서 위·변조에도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 후보자는 “선친이 소유하던 땅을 장손인 제게 넘겨주기 위해 저와 상의하지 않고 한 일”이라며 “필요한 절차를 밟아 합법적인 상태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에서는 고 후보자가 2007년 일어난 충남 태안 앞바다 유조선 기름유출 사고 관련 재판을 담당하면서 삼성중공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56억원으로 제한한 것을 두고 ‘재벌 봐주기 판결’이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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