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다 사채 시달린 30대
강에 몸던지려다 두 딸 떠올려
“돈이라도 얼마 주고 죽어야지”
아파트 침입했다 결국 붙잡혀
강에 몸던지려다 두 딸 떠올려
“돈이라도 얼마 주고 죽어야지”
아파트 침입했다 결국 붙잡혀
지난 5월17일 밤. 박아무개(37)씨는 서울 반포동 한강공원을 찾았다. 박씨는 사채빚 독촉과 계속되는 생활고에 심신이 지쳤다. 이제 그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다. 강에 몸을 던지기로 했다.
박씨는 2004년 부인과 이혼한 뒤 혼자서 어린 두 딸을 키워왔다. 딸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로 형편은 계속 나빠졌다. 생활비를 충당하려고 사채를 빌려 쓰기 시작했다. 올해 초 6명의 사채업자로부터 1400만원을 빌렸다. 한번 빌려 쓴 사채빚은 갚기가 어려웠다. 사채업자들이 “집에 찾아가겠다”는 등 협박을 해왔다. 박씨는 지난 4월, 경기도 수원의 식자재 납품회사 영업사원직까지 그만뒀다. 그나마 생활비를 충당했던 월급 180만원을 더이상 받지 못하게 됐지만, 빚독촉과 협박에 쫓기다 보니 정상적인 근무가 어려웠다.
남은 밑천은 몸뚱이뿐이었다. 박씨는 자신의 신장을 2억원에 팔기로 하고 장기매매 브로커를 찾아가 검사비용 200만원을 건넸다. 그러나 사기였다. 브로커는 잠적했고 박씨는 절망했다. 경기도 오산시의 집에 두 딸을 남겨두고 한강을 찾았다.
몸을 던지려는 순간, 11살과 9살인 두 딸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두 딸이 먹고살아갈 얼마의 돈이라도 마련해주고 죽어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서울 광진구 일대 아파트에 부자들이 많이 산다는 얘기를 듣고,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없고 도망치기에 좋은 등산로 인근 아파트를 점찍었다.
6월10일 새벽 3시께, 술을 한잔 들이켰다. 뒤이어 아파트 옥상에 올랐다. 12층 높이에서 박씨는 밧줄에 몸을 묶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침 창문을 닫아걸지 않은 집이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간 박씨는 귀금속 등 돈 될 만한 것을 닥치는 대로 찾았다.
그러다 잠을 깬 집주인 정아무개(53·여)씨와 마주쳤다. 박씨는 테이프로 정씨의 몸을 묶고 다시 집을 뒤졌다. 박씨의 감시가 소홀해지자 집주인은 현관문 밖으로 뛰쳐나가 소리를 질렀다. 놀란 박씨는 화급히 도망쳤다. 훔치려 했던 어떤 것도 박씨의 손에는 들려 있지 않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피해자 정씨의 몸을 묶었던 테이프에서 강도의 지문을 발견했다. 지문을 통해 피의자를 찾기까지 한달 정도가 걸렸다. 지난 6월10일 경기도 오산시 14평(46.281m²)짜리 임대아파트에서 딸과 함께 있던 박씨는 특수강도미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큰딸이 방 안에서 공부하고 있었어요. 아이에게는 ‘아빠 친구들인데 아빠하고 잠깐 얘기하고 올 테니 집에 있으라’고 말했지만, 아이도 눈치가 있는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습니다. 마음이 아팠어요.” 박씨를 체포한 경찰관이 말했다.
조사 과정에서 박씨는 “다시 사회에 나오면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살아가겠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경찰은 전했다. 법원은 2일 박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과가 전혀 없었던 박씨는 이제 범죄자가 됐다. 아버지와 떨어져 지내게 될 아이들을 위해 어머니를 찾으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11살, 9살 두 딸은 예순이 된 할머니가 맡아 돌보고 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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