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내리고 이상득은 구치소 간다.”
장맛비가 내리던 10일 밤, ‘만사형통’이라 불리며 권력의 정점에 섰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77)이 구속됐다.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다. 관련 사실이 보도되자, 더위를 식히는 비와는 반대로 누리공간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누리꾼들은 ‘형님 먼저’라는 조롱 섞인 유행어를 만들며, 이 전 의원의 구속 소식을 전파했다. ‘형님 먼저’는 70년대 인기를 끌던 한 라면 광고의 카피문구로, 광고 속의 형님과 아우가 서로에게 라면을 권하며 했던 말이다. 형제간 양보의 미덕을 살린 이 광고카피가 ‘형님’의 구속에선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독설가’ 진중권(@unheim)은 “형님 먼저”라는 간단한 한줄 평을 트위터에 올렸다. 백미는 그 뒤에 연결된 기사의 링크였다. 클릭을 해보면 굳은 표정으로 구치소로 이동하는 이 전 의원의 얼굴이 나온 기사로 이동된다. ‘형님’ 다음에 ‘누구’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의 비꼬기는 한 층 더 수위가 높았다. 정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ssaribi) “‘형님 먼저 간다’ 아우야, 서울구치소 무료급식 점검하러 형님 먼저 간다. 퍼득 따라 온나~”라며 직접적으로 ‘아우’를 언급했다.
‘나꼼수’의 주진우 기자(@jinu20)는 “또 하나의 대통령, 상왕 이상득 가카가 구속됐습니다. 수백가지 의혹 중 가장 사소한 혐의로. ‘싸게 막은 것이다’고 한 검찰 간부가 말하더군요”라며 검찰과의 ‘혐의 거래설’까지 제기했다.
박찬종 변호사(@parkchanjong)는 “이상득씨 드디어 구속되다. 만사형통(萬事兄通, 모든 일이 형님으로 통한다)의 요란한 소리 끝에 만사형통(萬事刑通, 모든 것이 형무소로 통한다)이 되고 말았다”며 새로운 사자성어를 만들기도 했다.
평범한 누리꾼들도 “이번엔 어디가 아프다며 입원을 할까”, “이상득 구속과 박근혜 출마선언이 같은 날 1면인 건 좀 재미지다”, “상왕께서 국립호텔에 체크인 했다” 등의 톡톡 튀는 평을 남기고 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박지성 아버지 “맨유는 마지막까지 박지성 이적..”
■ “한국경찰에 출동요청했다”는 미군진술은 거짓이었다
■ “썩은 주검 널린 마을에선 개까지 총에 맞아”
■ 박근혜 “불통이라는 말은 별로 들은 기억이 없다”
■ [화보] 검찰 소환 이상득, 계란 세례…
■ 박지성 아버지 “맨유는 마지막까지 박지성 이적..”
■ “한국경찰에 출동요청했다”는 미군진술은 거짓이었다
■ “썩은 주검 널린 마을에선 개까지 총에 맞아”
■ 박근혜 “불통이라는 말은 별로 들은 기억이 없다”
■ [화보] 검찰 소환 이상득, 계란 세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