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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전두환의 악몽’ 평화의 댐 수천억 들여 또 공사

등록 2012-07-16 20:18수정 2012-07-17 15:05

0.0000…1% 재난 대비? ‘혈세의 늪’ 평화의 댐에 또 1650억
정부 “극한강우·금강산댐 붕괴 동시발생 견디게”
2329억 들인 보수 7년만에 또 콘크리트 덧댈 예정
“천문학적 확률” “실효 없어” 예산낭비 비판 봇물
춘천에서 차로 1시간30분, 해발 700m를 웃도는 험준한 해산령에 이르자 디젤엔진의 스포츠 유틸리티 트럭(SUT)도 힘겨운 듯 깔딱거린다. 굽이굽이 고갯길 너머엔, 벽지에 어울리지 않는 125m 높이 콘크리트 구조물이 두 산 사이의 고개를 완전히 메우며 우뚝 서 있다. 전세계에서 유일한 군사용 댐, ‘평화의 댐’이다.

지난 8일 찾아 간 평화의 댐은 개울 수준의 북한강 상류를 가로막고 있었다. 이 댐은 1989년 국민 성금 639억원을 포함해 총 1506억원을 들여 1단계로 완공됐다. 오로지 북의 금강산댐에서 방류하는 물을 막기 위해 발전, 수문 기능 등은 생략된 ‘홍수 조절 전용 군사용 댐’이다. 1987년 당시 ‘63빌딩’ 절반 높이까지 들어찬다는 북한의 금강산댐 방류 실험 결과는 범국민적 모금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8년 ‘5공 청문회’에서 결론을 냈듯이, 평화의 댐 사업은 북한 위협을 정치적으로 과장한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그 뒤 금강산댐의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고 일부 홍수 조절 기능을 갖고 있음이 재조명되면서, 노무현 정부는 2005년 2329억원을 들여 평화의 댐을 보강했다. 80m 높이 댐을 125m로 높이고, 암석으로 이뤄져 있던 댐의 북쪽 사면을 콘크리트로 덧대는 공사였다. 당시 보강 기준은 ‘금강산댐이 붕괴’되고 ‘200년 만의 폭우’가 동시에 내려도 이겨낼 수 있는 기준이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어떤 조건에서도 안전한 댐 설비를 갖추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또다시 평화의 댐에 165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어서 논란을 부르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댐 치수능력 증대사업의 일환으로 2014년까지 평화의 댐 남쪽 사면을 콘크리트로 덧대는 2차 보강사업을 벌이기로 지난해 결정했고, 오는 9월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번 공사에서는 ‘금강산댐이 붕괴’되고, ‘극한강우’(상상 가능한 최대 폭우·Probable Maximum Precipitation)가 내려도 견딜 수 있는 기준을 적용했다. 이를 두고, 실효성 없는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나온다. 1차 보강사업을 벌인 지 10년도 안 돼 또다시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먼저 극한강우와 금강산댐 붕괴라는 조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너무 낮다는 점이 꼽힌다. 극한강우는 말 그대로 상상 가능한 최대치의 강우량을 말한다. 기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극한강우는 대기권 수증기가 모두 비로 내리는 경우를 말한다. 환경운동연합 이철재 초록정책팀장은 “최근 기후변화로 극한강우에 근접한 강우량이 종종 나타나긴 하지만, 여기에 금강산댐이 무너지는 경우까지 가정하는 것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확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쪽에선 건설업체에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한다. 평화의 댐 첫 공사와 1차 보강공사는 대림산업에서 맡았는데, 2차 보강공사의 시공사는 아직 미정이다. 2005년에 이어 7년 만에 다시 보강공사를 벌이면서 예산 낭비는 더 심해졌다. 골재 채취용 돌산은 복구됐다 다시 파헤쳐져야 하고, 현장 콘크리트 배합공장은 철거했다 다시 설치해야 할 상황이다.

댐 설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의 안전기준이 논리적 모순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댐 옆 산등성이 중간에 높이 6m를 웃도는 차량용 터널이 있어, 만수위에 이른 물이 배후지로 빠지게 되면 댐의 지반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설계 전문가는 “배후로 빠지는 물을 유도하는 유도로조차 갖추지 않은 터널은 그대로 방치하면서, 콘크리트만 덧씌워 극한강우를 견딘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화천/글·사진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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