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우 삼성노조 위원장
첫 민주노조 설립 1년
부위원장 잘리고 위원장 감봉
‘어용노조’ 선점탓 교섭권 없어
조합원 4명서 100여명으로 늘고
회사내 조용한 응원·격려에 ‘힘’
부위원장 잘리고 위원장 감봉
‘어용노조’ 선점탓 교섭권 없어
조합원 4명서 100여명으로 늘고
회사내 조용한 응원·격려에 ‘힘’
1년 전인 2011년 7월12일 삼성노조가 출범했다. 삼성에 들어선 첫 자발적 민주노조여서 큰 주목을 받았다. 노조에 비우호적인 삼성에서 정착할 수 있을지 우려도 많았다.
4명에서 출발한 조합원 수는 1년 만에 6개 계열사 100여명으로 늘었다. 노조는 그룹 계열사 직원은 물론 하청 노동자에게도 가입의 문을 열어뒀다. 하지만 그룹 설립자인 고 이병철 회장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노조가 생기는 것을 못 본다”고 했던 삼성에서 노조원으로 지내는 일은 쉽지 않다. 조합원 탄압에 대한 걱정이 많은 삼성노조는 지금까지도 조합원 명단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조장희 부위원장은 노조 설립 직후인 지난해 7월18일 해고됐다. 삼성에버랜드는 “협력업체와의 거래 내역이 담긴 경영 기밀과 임직원들의 개인 신상정보를 빼돌려 해사행위를 했다”고 해고 이유를 댔다. 삼성노조 쪽은 “노조 활동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한 것일 뿐”이라며 맞서고 있다. 현재 조 부위원장은 복직소송을 벌이고 있다.
박원우(사진) 삼성노조 위원장은 최근 사쪽으로부터 징계(3개월 감봉)를 당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9월 경기 용인시 포곡면 에버랜드 기숙사 앞에서 노조신문을 배포했다. 사쪽이 노조의 온라인 활동을 차단하면서 회사 인트라넷으로 노조 공지 글을 보낼 수가 없고, 직원들은 사내 컴퓨터로 노조 누리집에 접속할 수도 없다. 결국 직접 노조신문을 나눠주는 수밖에 없었는데, 그조차 징계한 것이다. 지난달 23일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조신문 배포를 막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사쪽은 삼성노조에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조합 간부들이 돈을 모아 회사 밖에 사무실을 따로 얻었다. 가입을 꺼리는 조합원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아직 조합비를 걷지 않는다. 조합 간부들은 자신의 월급에서 활동비를 충당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노조 탄압에도 불구하고, ‘은밀하게 번지는’ 응원과 격려는 삼성노조의 성취이자 동력이다. 박 위원장은 “‘삼성에도 민주노조가 꼭 필요하다’거나 ‘당장 가입은 못해도 항상 응원하고 있다’고 몰래 말을 건네고 가는 직원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삼성에버랜드는 매년 받던 명예퇴직 신청을 받지 않았다. 경영실적에 비해 성과급도 많이 나왔다. 삼성노조는 이런 변화를 노조의 성과로 판단하고 있다. 사쪽이 노조에 ‘대항’해 직원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스스로 개혁에 나선 게 아니냐는 것이다. 삼성노조의 둥지나 다름없는 삼성에버랜드 사업장에는 또다른 노조가 있다. 삼성노조 출범 직전인 지난해 6월23일 간부급 노동자들이 삼성에버랜드노조를 따로 만들었다. 이들은 출범 일주일 뒤인 지난해 6월29일 사쪽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삼성노조는 삼성에버랜드노조를 “어용노조 또는 유령노조”라고 보고 있다. 삼성노조가 교섭권을 얻으려면 2013년 6월29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삼성노조는 18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삼성노동조합 출범 1년 경과보고 및 반사회적 기업 삼성규탄 기자회견’을 연다. 박원우 위원장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사쪽에 맞서 사생결단의 각오로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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