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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MB 낙하산’ 인터넷진흥원장, 성추행 논란 끝 사임

등록 2012-07-18 16:22수정 2012-07-18 19:15

서종렬 인터넷진흥원장
서종렬 인터넷진흥원장
“목에 강제로 키스 당했다” 여직원이 고소
서종렬 원장 “아니다”면서 맞고소 안해
노조 “추가 피해 당한 여직원 더 있다”
성추행한 혐의로 여직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서종렬(53) 인터넷진흥원장이 지난 17일 사임했다. 그는 고소 사실이 알려진 직후 “고소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지만, 그의 사임으로 성추행은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성추행이 사실무근이라면 사임할 이유도 없고, 맞고소 등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게 상식에 맞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 원장의 여직원 추행 사례가 이번 한번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에도 복수의 성추행 피해 여직원들이 노동조합을 찾아 고통을 호소했으며, 이번 고소 사건 뒤 노조에 추가 성추행 사례들이 여럿 접수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이런 제보들에 바탕해 서 원장 퇴진을 압박했으면서도, 사실관계 확인에 대해서는 뚜렷한 견해를 내놓고 있지 않아 또다른 논란을 부르고 있다.

 

 ■ “원장실에서 껴안고 목에 입맞춤”  

서 원장 성추행 의혹은 지난 6일 언론보도로 공론화됐다. 원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핵심 부서에 근무했던 한 여직원은 최근 “서 원장이 지난 6월15일 오후 2시께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한국인터넷진흥원 17층 원장실에서 자신을 껴안고 목 부분에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추행했다”며 서 원장을 고소했다. 이 사건은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에서 수사 중에 있다.

 고소 사실이 알려진 6일 서 원장과 인터넷진흥원 간부들은 경기도 양평 인근에서 간부 수련회에 참석 중이었다고 한다. 보도를 접한 서 원장과 간부들은 급히 서울로 돌아왔고, 인터넷진흥원은 “언론에 보도된 고소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출 길 없습니다만 피소를 당한 만큼 수사기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필요한 법적 대응을 통해 정확한 사실을 밝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자료를 냈다. “진위 여부를 떠나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는 의례적인 표현도 포함돼 있었다.

 

 ■ 노조 “지난해에도 피해 여직원들 면담” 

서 원장이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진흥원 노동조합(민주노총 IT연맹 소속)은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서 원장 성추행 의혹 사건의 조속한 진상규명과 함께 피해 여직원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한 우려, 서 원장의 우월적 지위를 통한 사건 무마 시도 등에 대해 경고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또 9일부터 서 원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여직원이 더 있는지 사례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노조가 이렇게 신속하고 강경하게 나선 이유는, 지난해에도 서 원장 여직원 성추행 문제가 내부적으로 논란이 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차윤호 노조위원장은 당시 <한겨레> 기자와 만나 “지난해에도 (이번 고소 사건과) 유사한 민원이 있어 노조 여성국장이 피해자를 면담하고 대응책 마련을 논의했었다”며 “하지만, 당사자가 공식 대응을 꺼려 더 이상 논의를 진행시킬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사례도 있고, 이번 고소 내용이 사실이라는 충분한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며 “진흥원 내 의견그룹들을 두루 접촉해 어떻게 대응할지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노조에 접수된 서 원장의 성추행 유형은 원치 않는 스킨십(신체 접촉)에서부터 ‘연예인 ㅇㅇㅇ을 닮았네’ 등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발언들이 주를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주 추가 피해사례 수십 건 접수돼 

이달 들어 진행된 추가 성추행 사례 접수에서도 여러 피해자가 나타났다고 한다. 차 위원장은 “제3자에게 알리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피해자들의 사례를 접수받아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줄 수는 없지만, 여럿이 접수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인터넷진흥원 안팎에서는 수십 건의 사례가 접수됐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졌고, 차 위원장도 서 원장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이에 대해 설명했다고 한다. 인터넷진흥원 한 관계자는 “주요 간부들이 성희롱에 동조하거나 성희롱을 조장했다는 신고도 접수돼 노조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차 위원장은 “잘 모르는 내용이고, 신고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조합은 지난 13일 임시총회(대의원대회)를 열고 ‘서종렬 원장 성추행 피소 강력 대응의 건’을 의결했다. 의결된 대응책에는 서 원장 출근 저지와 원장실 봉쇄, 원장 퇴진을 위한 전직원 서명(대내적 조치), 서 원장 조속한 처리 및 원장 퇴진 요구 공문 발송 및 항의방문(방송통신위원회), 이슈화를 위한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의원 면담 및 여·야 각 당 협조 요청(국회), 원장 퇴진 논의를 위한 이사회 개최 요구내용 증명 발송 및 면담 요청(진흥원 이사회), 성추행 사건 신속한 조사 착수 및 공정한 수사를 위한 탄원서 제출(검찰), 조합 차원의 서 원장 검찰 고발 및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이 포함됐다. 서 원장 사퇴를 위한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이다.

 결국, 대의원대회 뒤부터 인터넷진흥원과 상급 기관인 방통위 주변에서는 “서 원장이 조만간 거취표명을 할 것으로 보인다”는 말들이 돌더니, 결국 17일 서 원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여직원 성추행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지 11일 만의 일이었다.

 

 ■ 서 원장 “사실무근…마녀재판에 희생돼”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추가 성추행 의혹 등을 앞세워 노조가 압박을 가했고, 서 원장이 결국 백기를 든 모양새다. 하지만, 서 원장은 “그런 구설수에 오른 것은 모두 내 부덕의 소치지만, 추가 성추행 의혹 등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한겨레> 기자와 통화에서 “노조에서 진행한 접수에 수십 건이 접수됐다고 하는데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며 “직원을 만나도 여럿을 함께 만나고, 옆에 비서가 항상 같이 다니는데, 어떻게 성추행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내용인지 알아야 반박을 하던지 할 텐데, 이름과 구체적인 시간·장소 등은 가리고 그 내용만이라도 알려달라고 했지만, 노조에서는 사퇴를 압박할 뿐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있다”며 “상식적으로 그렇게 많은 피해자가 있었다면 지금까지 어떻게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있었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성추행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맞고소 등 법적 대응을 안하고 왜 사퇴했느냐?’라는 질문에는 “개인적으로 사퇴할 생각이 없었고 검찰에서 진실 여부를 가려보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국회가 개원하고 내 문제가 논란이 되면 인터넷진흥원과 방통위 등에 부담이 되고, 조직 기능이 마비될 수밖에 없어 물러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태가 이렇게 진행된 것은, 자신의 평소 업무 스타일이 직원들의 반감을 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직원들을 다그치고 혹독하게 대하는 스타일이 반감을 불러일으켜, 결과적으로 이런 식의 공격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호되게 뭐라고 하기도 하고, 그래서 섭섭한 직원들이 지금 이렇게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여직원과 단둘이 있을 수도 없는데 이런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마녀사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격려하다가 어깨를 툭툭 쳤다고 하자. 나중에 그 직원이 ‘기분 나쁘다’며 걸면 할 말이 없다. 성적인 의도, 이런 게 전혀 없었지만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해, 일부 오해 소지가 있는 행동은 인정했다.

 

 ■ 추가 성추행 의혹 사례들 밝혀질까?

 추가로 접수된 성추행 의혹들이 사실인지 밝혀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사례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노조에서 뚜렷한 답을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차 위원장은 “원장이 사퇴해 지금은 경황이 없다“며 “이번 일의 원인과 대응 등을 평가하는 자리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향후 처리 방향을 잡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추행 의혹을 제보받았다면 제3의 기관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지 퇴진 운동의 도구로만 사용한 것은 문제 아니냐?’라는 질문에 그는 “제3자는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제보를 받아, 그런 절차를 밟으려면 당사자들의 동의를 다시 얻어야 한다”며 “향후 조합 차원의 대응방향을 논의할 때 그 부분도 함께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원장은 “분명히 말하지만 추가 성추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조합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서종렬 원장은 누구?

 이명박 대통령 정권인수위 전문위원 출신으로 정보통신기술 업계의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로 손꼽힌다. 경주고와 영남대를 나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통신정책연구실 연구원으로 시작해 에스케이텔레콤 커머스사업본부 상무를 지냈고, 2007년 대선 뒤 정권인수위를 거쳐 2009~2010년 케이티(KT) 미디어본부장(전무)을 지냈다. 2010년 11월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된 김희정 원장(현 새누리당 의원)에 이어, 인터넷진흥원 2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인터넷진흥원은 이명박 정권 출범 뒤 한국정보보호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이 통합돼 출범한 기관으로, 인터넷과 관련한 각종 정책기획, 교육, 산업육성, 인터넷 주소관리, 개인정보 보호 등 업무를 수행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티케이 출신인데다 (지난 총선에서 성 관련 발언으로 낙마한) 석호익 전 케이티 부회장과 대학 동문인 인연으로 박영준 등 정권 핵심부와 연결돼 인터넷진흥원장 자리를 꿰찬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케이티 관계자는 “인수위 출신이고 해서 정치력을 얼마나 발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경영자다운 스마트함이나 샤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해외 출장 때마다 수행하러 다녀 지난해 국감에서 논란 대상이 됐다. 지난달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장 평가 때는 디(D) 등급을 부여받아 경고를 받기도 했다. 그는 경영평가 결과 책임을 물어 지난달 말 인사에서 경영지원단장과 인사팀장 등을 평직원으로 발령냈다고 한다. 인터넷진흥원 한 관계자는 “이달 초 전 직원을 모아놓고 2시간 반 동안 월례회의를 진행하면서 ‘나는 잘했지만 너희 때문에 내가 디 등급을 받았다’며 한참 동안 혼을 냈다”고 말했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산하 기관장 자리를 모두 외부 인사들이 꿰차 솔직히 관료들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지만, 기왕이면 능력있고 괜찮은 사람이 일이라도 잘했으면 좋겠는데 서 원장 말고도 대부분이 (안 좋은) 말들이 많고 평가가 안 좋다”며 “(왜 하필 이런 인사들을 내려보내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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