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올레길 실종여성 사건’ 분석
실종장소 먼곳서 신체 일부 발견
경찰 ‘용의자가 놓고 간 것’ 추정
‘전시살인’ 단정짓기 이르지만
사실로 드러나면 국내 첫 사례
실종장소 먼곳서 신체 일부 발견
경찰 ‘용의자가 놓고 간 것’ 추정
‘전시살인’ 단정짓기 이르지만
사실로 드러나면 국내 첫 사례
제주에서 실종된 40대 여성의 신체 일부가 지난 20일 버스정류장에서 발견된 사건은 범인이 이 여성을 살해한 뒤 일부러 주검 일부를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뒀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최초의 이른바 ‘전시 살인’ 사례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 들머리 버스정류장 의자에서 발견된 주검 일부의 지문을 대조한 결과 강아무개(40·여·서울)씨의 지문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누군가 강씨를 납치해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실종 추정 현장인 서귀포시 성산읍에 수사본부를 꾸렸다. 경찰은 전·의경 등 185명을 동원해 강씨 휴대전화의 마지막 발신지인 올레 1코스 시작점 부근과 주검 발견 장소 부근을 수색하는 한편,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등을 통해 사건 발생 시간대 이동차량을 추적하고 있으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범인이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일부러 범행 장소에서 18㎞나 떨어진 곳에 주검 일부와 운동화를 놓고 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범죄 전문가들은 범인이 자신의 범행을 과시하는 엽기 행각을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범죄분석 전문가는 “외국 사례를 보면 성적 환상을 지닌 연쇄살인범들이 자신의 살인을 과시하려는 용도로 신체를 훼손해 전시하는 경우가 있다”며 “연쇄살인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문가는 “다만 발견된 주검 일부가 전시살인으로 보기에는 상징성이 적어 아직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보통 주검을 훼손하는 것은 범죄 증거물을 은폐하기 위한 것인데 이번 사건의 경우 누군가에게 증거물이 발견되길 바란 것 같다”며 “만약 자신의 범행을 알리고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면 국내에서는 매우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피해자 강씨는 지난 11일 제주도에 도착해 서귀포시 성산읍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를 묵은 뒤 12일 아침 7시께 올레 1코스(시흥초~광치기해변)를 걷는다며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 강씨의 남동생은 지난 21일 자신의 블로그에 ‘누나,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꼭 범인을 잡을게. 조금만 기다려. 자꾸만 눈물이 나서 미칠 것 같아’라며 비통한 마음을 전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피해자가 올레 여행객으로 알려지면서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생태녹색관광으로 이름난 제주 올레 여행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올레길 순찰 강화와 같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국 기자,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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