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오인 신고하려해 범행”
말미오름 주변 숲서 주검 찾아
수사 혼선 주려 신체일부 노출
말미오름 주변 숲서 주검 찾아
수사 혼선 주려 신체일부 노출
제주 올레길 도보여행에 나섰다가 실종됐던 40대 여성이 실종된 지 12일 만에 참혹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제주지방경찰청은 23일 여성 관광객 강아무개(40·서울)씨를 살해한 혐의로 외항선원 강아무개(46·제주 서귀포시)씨를 붙잡아 범행 사실을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강씨의 진술에 따라 성산읍 시흥리 말미오름 부근 대나무숲에서 피해자 강씨의 주검을 찾아냈다. 강씨는 발견 당시 상의가 위로 반쯤 벗겨진 채 흙에 얕게 파묻혀 있었다. 지난 20일 버스정류장에서 발견된 오른손을 부분을 뺀 나머지 부위가 있었으나, 얼굴은 이미 부패가 진행돼 뼈가 일부 드러난 상태였다.
경찰은 이날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피의자 강씨는 소변을 보던 자신을 본 피해자 강씨가 자신을 성추행범으로 오해해 신고하려 하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피의자 강씨는 지난 12일 오전 8~9시께 범행을 저질렀고 같은 날 오후 범행 장소에 차량을 가져가 주검을 대나무밭으로 옮긴 뒤 다음날 흙을 덮어줬다. 경찰의 수색망이 좁혀오자 심리적 압박을 느낀 강씨는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주검에서 손목을 잘라 눈에 잘 띄도록 신발에 담아 20일 밤 10시께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 인근 버스정류장에 옮겨뒀다.
강씨는 2008년 특수강도죄로 3년을 복역했고, 외항선 선원 생활을 했다. 강씨가 사는 마을의 한 주민은 “배를 타고 자주 나가는 바람에 마을에는 잘 들어오지 않아 동네 사람들도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외항선 타는 일을 쉬면서 시흥리에 있는 집에 머물렀으나 매번 새벽 1시가 넘은 늦은 시각에 집에 돌아왔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경찰은 관광객 강씨가 실종된 지난 12일 오전 올레 1코스에서 피의자 강씨를 봤다는 관광객의 추가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실종된 강씨의 신체 일부가 발견되기 전날인 19일 피의자 강씨가 다른 사람의 차를 빌린 사실도 확인했다. 또 강씨는 도주를 결심하면서 면허증과 ㅎ업체 명의의 법인카드 한 장을 집 근처 풀섶에 버린 것으로 <한겨레> 취재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강씨는 ㅎ업체가 자신이 사업을 해보려고 만든 업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강씨를 지난 21일 참고인으로 조사해 사건 당일 행적 등을 조사했으나 강씨가 사건 현장에 없었다며 범행을 부인했고 추가 조사의 필요성이 있어 일단 강씨를 내보냈다. 하지만 조사 이후 강씨가 잠적한 점, 피해자 강씨의 손목을 놓아둔 만장굴 인근 폐회로카메라(CCTV)에 강씨가 차를 운전하는 모습이 찍힌 점 등을 의심해 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뒤를 쫓았다. 경찰은 22일 밤 12시께 마을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강씨를 붙잡았다.
사단법인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 올레꾼을 흉악 범죄로 잃어버린 비극적인 사고에 참담한 심경을 감출 수 없다”며 “고인의 명복을 머리 숙여 빌며, 슬픔에 빠져 있을 유가족들에게 말로 다 하지 못할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제주올레 쪽은 행정기관의 협조를 받아 안전대책 마련을 서둘러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관이 올레길을 거꾸로 도보순찰하는 ‘올레길 도보순찰제도’도 경찰과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안에 시행하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제주/허호준 정환봉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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