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 “대법원, 김병화 후보 임명제청 철회해야”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강창광 기자 [e-mail]

수원지법 송승용 판사, 내부망에 올려…조회수 1900여건 넘어

현직 판사가 김병화 대법관 후보(57·연수원 15기·전 인천지검장)에 대한 대법원의 임명제청 철회를 요구하는 글을 법원 내부망에 올렸다. 김 후보자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법원 내부에서 직접 나오기는 처음이다.

수원지법 송승용(38·연수원 29기) 판사는 23일 오후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결격사유만으로도 김병화 후보자가 대법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글을 올렸다. 24일 오전까지 이 글의 조회수는 1900여 건으로 최근 글 가운데 유례없이 높다.

송 판사는 게시글에 “미국의 연방대법관은 저스티스(justice)라고 불리며, 국민들로부터 정의의 화신인 것처럼 존경받고 있다”고 운을 떼며, “대법관 임명을 위한 청문회를 거친 국회에서 김 후보자의 청문 보고서 채택여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사법부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결격 사유만으로도 김 후보자가 대법관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어, “김 후보자의 대법관 임명은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신,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법관·법원 구성원들의 자긍심에 엄청난 손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판사는 또, 서기호 전 판사(현 통합진보당 의원)의 재임용 탈락을 거론하며 “일선 판사 한 명의 재임용에 대해 엄격한 잣대와 기준을 들이대던 대법원이 현재 상황에서 어찌하여 그 자체로 정의라고 불리는 대법관의 임명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대법원을 비판했다.

송 판사는 “국회의 정략적 타협이나 후보자 개인의 자진사퇴로 문제 해결을 맡겨둘 수 없다”며 대법원에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제청 철회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의 심사절차 강화 △소수자·여성·사회적 약자 대변을 위한 대법관 인적 구성 다양화 등을 건의했다.

앞서 송 판사는 지난 11월 최은배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한-미 자유무역협정 강행 처리를 비판해 윤리위원회에 회부됐을 때도 이를 비판하는 글을 코트넷에 올린 바 있다.

박태우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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