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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회식 많이 하라”는 나랏님은 가정파괴범?

등록 2012-07-24 20:56수정 2012-07-24 23:17

내수 활성화대책에 주부들 갸웃
“남편 귀가 안 그래도 늦은데…”
함께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고등학생인 아이는 숫제 혼자 키웠다. 공기업에 다니는 남편은 거의 날마다 자정을 넘겨야 귀가한다.

서울 연희동에 사는 주부 신정미(가명·50)씨의 숙적은 ‘남편의 회식’이다. 신씨는 “거짓말 좀 보태 20여년 결혼생활 동안 남편 얼굴을 제대로 본 일이 없다”며 “팀별 회식, 승진 회식, 포상 회식, 종류도 가지가지여서 일주일에 세 번은 회식”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20여년을 참고 산 신씨가 느닷없이 뿔난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 21일 이명박 대통령이 10시간의 ‘끝장토론’을 거쳐 내놓은 내수 활성화 대책에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회식을 적극 권장키로 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이런 제안은 기혼 여성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신씨는 “나랏님이 회식을 더 권장하다니, 술 더 마시라고 아예 자릴 깔아주는 거냐”고 혀를 찼다.

대기업 근무 4년차인 강설아(가명·30)씨는 지난해 결혼했다. 신혼부부지만 신랑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강씨부터 매주 두어차례 술자리 회식에 시달린다. 모처럼 일찍 귀가하면 이번엔 남편이 회식에 붙잡혀 있다.

“자기는 회식에 꼬박꼬박 나가면서, 내가 회식 때문에 늦으면 남편이 시시콜콜 잔소리를 한다”는 강씨는 “그래도 회식에 빠지면서 듣는 직장내 비난이 워낙 스트레스라서 남편 잔소리 듣는 게 나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를 대통령이 더 권장한다면, 회사를 관두고 말겠다”고 강씨는 헛웃음을 웃었다.

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의 박지현 책임연구원은 “부부 불화를 호소하며 찾아오는 상담자 가운데는 남편의 과도한 회식을 이유로 드는 사례가 많다”며 “내수 진작을 위해서라면 기업이 건전한 회사 소모임을 독려하거나 가족 외식을 지원하는 일에 나서도록 권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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