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용 판사 “대법원, 침묵 깨야” 내부망에 비판글
대법 고위관계자 “김후보 이리 문제 많은지 몰랐다”
대법 고위관계자 “김후보 이리 문제 많은지 몰랐다”
현직 판사가 김병화(57·전 인천지검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대법원장의 임명제청 철회를 요구하는 글을 법원 내부망에 올렸다. 국회의 임명동의안 처리 지연에 침묵을 지켜온 대법원도 김 후보자 임명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지방법원 송승용(38·사법연수원 29기) 판사는 23일 오후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올린 글을 통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결격사유만으로도 김병화 후보자가 대법관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 판사는 “김 후보자의 대법관 임명은 대법원 판결과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법관 및 법원 구성원들의 자긍심에 엄청난 손상을 가져올 것”이라며 “대법원이 어째서 그 자체로 정의(justice)라고 불리는 대법관의 임명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의 해결을 더이상 국회에서의 정략적 타협이나 후보자 개인의 자진사퇴에 맡겨둘 수 없다”며 △김 후보자 임명제청 철회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심사 강화 △대법관 인적 구성의 다양화 등을 대법원에 건의했다.
송 판사의 글은 24일 오후까지 조회수가 3000건을 넘길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끌었다. 법원 공무원들은 댓글을 통해 적극 공감을 표시하며 ‘대법원 스스로 사법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국회에서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통과되고 실제 대법원에 부임하면 소장판사들이 들고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검찰 내부에서도 (김 후보자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겠지만 나중에 후배들의 대법관 몫을 생각해 계속 밀어붙이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미리 알려주지 않은 탓에 김 후보자에게 이 정도까지 문제가 많을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며 “브로커와의 밀접한 관계 등은 그 자체로 큰 문제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이런 이가 하는 판결을 믿겠느냐”고 말해, 김 후보자에 대한 대법원의 부정적 기류를 드러냈다.
다른 대법원 고위 관계자도 “형식적으로는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자인데 어떻게 물러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대법원으로선 지금은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그동안 업무 공백과 대법관 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국회에 인사청문회의 조속한 개최 등을 촉구했으나, 지난 11일 김병화 후보자 인사청문회 뒤에는 임명동의안 처리 지연이 장기화하는데도 일체 반응과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한편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그 정도 하자라면 대법관 후보로 크게 손색없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해 야당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여현호 선임기자, 박태우 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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