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아이들 덮친 ‘범죄 트라우마’
신봉마을 한부모가정 4~5명
혼자있는 시간많아 돌봄 필요
피해자 다닌 학교선 심리상담
“충격받은듯 위축된 아이 여럿”
신봉마을 한부모가정 4~5명
혼자있는 시간많아 돌봄 필요
피해자 다닌 학교선 심리상담
“충격받은듯 위축된 아이 여럿”
24일 오전 11시50분, 경남 통영시 산양읍 ㅅ초등학교의 방학식 표정은 여느 때와 달랐다. 방학을 앞둔 아이들의 들뜬 표정은 간데없고 무거운 침묵과 눈물이 흘렀다. 이날 학교에선 집단 심리상담이 이뤄졌다. 지난 22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이 학교 4학년 한아무개(10)양 사건에 충격을 받은 아이들의 심리 치유를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번 상담은 전교생 77명 가운데 3~6학년 55명을 대상으로 한시간 동안 진행됐다. 한양과 같이 공부했던 12명의 4학년 급우들도 둘러앉아 서로의 고통을 나눴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아이들이 뉴스를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심리적 문제를 겪지 않을까 싶어 지역 교육청에 심리상담 교육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상담, 토론, 그림 그리기, 편지 쓰기 등을 통해 공포와 불안으로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냈다. 한양과 같은 반 친구였던 김아무개(10)양은 “그동안 못 해준 게 후회스러워. 네가 준 스티커 아껴 쓸게”라며 흐느꼈다. 상담교사는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위축된 아이들이 여럿 보였다”고 걱정스러워했다.
학교 밖에도 두려움은 번져 있다. 24일 범행장소인 통영시 산양읍 신봉마을 거리에서 만난 김미순(가명·70) 할머니는 대뜸 언성부터 높였다. “세상 무서워 어디 애들 외출이라도 시키겠어? 온 동네가 쥐 죽은 듯 조용해.” 김 할머니에겐 초등학교 5·6학년인 두 손녀딸이 있다. 현재 186가구가 살고 있는 신봉마을에는 4~5명의 아이들이 한부모가정에서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돌봐줄 어른이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이 약하다. 친구의 죽음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고통도 배가 된다. 대전대 최승원 교수(임상심리학)는 “이번 사건 이후 주변 아이들이 일종의 ‘대리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은 전해 들은 이야기만으로도 자신이 실제 경험한 것처럼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생전의 한양은 방과후 종종 마을 교회에 나갔다. 함께 교회에 다녔던 박아무개(11)양은 몸을 떨며 말했다. “뉴스 보고 무서웠어요, 나도 납치당할까 봐.” 뒤이어 박양은 고개를 숙였다. “이제 낯선 사람 따라가지 않을래요.”
최승원 교수는 “충격을 준 사건에 대해 없던 일처럼 모두 입을 닫으면 아이들 잠재의식 속의 공포감이 더욱 증폭된다”며 “이럴 때일수록 아이들이 자신의 심정을 드러낼 수 있도록 주변 어른들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방학식을 끝내고 교문을 빠져나가는 아이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이정국 기자, 통영/최상원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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