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폭력 대책 없나…돌봄 네트워크 절실
집·지역사회서 보호 못받는 빈곤아동 위험률 커
가해자 60%, 피해아동이 사는 곳 4㎞ 이내 거주
학교가 보호 구심점 돼야…눈높이 예방교육부터
집·지역사회서 보호 못받는 빈곤아동 위험률 커
가해자 60%, 피해아동이 사는 곳 4㎞ 이내 거주
학교가 보호 구심점 돼야…눈높이 예방교육부터
동네 아저씨에게 성추행 당한 뒤 살해된 경남 통영의 한아무개(10)양에게 가정은 배고픔조차 해결해주지 못하는 해체된 공간이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허락없이 남의 집 냉장고 문을 열었던 한양은 동네에서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가정과 지역사회로부터 이중의 소외를 당하고 있는 빈곤 아동은 성폭력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 누가 이들의 보호자가 될 것인가. 전문가들은 지역 공동체 차원의 아동 보호 네트워크가 형성돼야 하고 그 진앙지 구실을 학교가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보호 제공 못하는 지역사회 성폭력 피해 아동의 입장에서 보자면, 현재의 지역사회는 보호와 돌봄을 제공하는 ‘안전한 생활 공간’이 아니라 성범죄자와 동거하는 ‘잠재적 범죄 공간’이다. 박충기 서울대 국토문제연구소 연구원의 ‘아동 성범죄의 지리적 프로파일링에 관한 연구’를 보면, 아동 성범죄 10건 가운데 6건(59.4%)은 피해 아동과 가해자가 4㎞ 이내에 인접해 사는 경우다. 이 때문에 아동 성범죄의 54%는 범죄자의 주거지로부터 2㎞ 이내에서 발생하며, 100m 안에서 일어나는 경우도 17.7%나 된다. ‘동네 아저씨’가 성범죄자로 둔갑하는 것이다.
아동 성범죄자의 가해자들은 주로 빈곤층이다. 실직 등으로 인해 빈곤 상태에 놓인 가해자들은 거주지 근처에서 범행 대상을 고른다. 빈곤 아동이 성폭력에 노출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 형사정책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성범죄자 가운데 생활 수준이 하류층에 속하는 비율이 60.5%로, 전체 범죄자 가운데 하류층이 차지하는 53.3%보다 높다.
실제 서울의 경우, 저소득 한부모 가정 수가 많은 자치구일수록 이에 비례해 아동 성범죄 발생 건수도 많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저소득 한부모 가정이 가장 많은 중랑구는 최근 5년간 아동성범죄 발생 건수가 두번째로 많았다.(그래프 참조)
경남의 한 성폭력 피해아동 쉼터의 지은진 소장은 “아동 성폭력 가해자의 80%는 친족이나 동네 사람인데 이들은 해체가정 자녀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한 주변 아동에게 접근한다”고 말했다. 이웃끼리 돕고 지켜야 한다는 ‘윤리적 공동체 의식’만으로는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성범죄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 부모조차 놓아버린 아이들 부모가 등하교길에 아동을 동행하도록 하는 등 가정의 돌봄을 강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맞벌이 가정이나 이혼·별거 등 해체가정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현실을 보자면, 이런 대안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해체가정이 아니라 해도 기초 생계를 위해 맞벌이를 해야 하는 빈곤층에겐 ‘부모 돌봄’의 수준을 높이는 게 쉽지 않다.
정운선 경북대 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 임상교수(전 대구해바라기아동센터 소장)는 “성폭력 피해 아동을 지원하는 해바라기아동센터의 경우, 모든 치료를 무상으로 제공하지만, 부모 모두 밤낮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빈곤 가정의 경우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기관을 방문할 시간조차 없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아동을 위한 대안으로 학교가 꼽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취약계층 아동의 열악한 처지와 성범죄 피해는 부모나 친족이 아닌 학교 교사나 반 친구들에 의해 인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홍인기 경기도 상탄초 교사(전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는 “가정과 지역 공동체가 해체된 상황에서 학교의 돌봄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학교를 돌봄 네트워크의 진앙지로 결국 가정과 지역 공동체가 해체된 상황에서는 초등학교가 ‘교육 기관’을 넘어 ‘돌봄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초등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성폭력 예방 교육을 빈곤 아동의 눈높이에 맞추는 게 그 출발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옥영 보건교육포럼 이사장은 “사랑과 관심에 굶주려 있는 소외 아동은 가해자의 친절한 태도에 이끌려 성폭력이 나쁜지도 모르고 당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성폭력 예방 교육도 이들의 특성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빈곤 아동이 성범죄자 신상 정보 취득의 사각지대에 놓인 점도 문제다. 현재 성범죄자 신상 정보는 현재 각 가정으로만 통보된다. 그러나 한부모, 조부모, 맞벌이 가정 등 보호자의 관심이 부족한 취약계층 아동은 해당 정보로부터 소외되기 십상이다.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교장은 “조손 가정의 경우 할머니가 글을 읽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맞벌이 부부는 가정통신문을 일일이 챙기지 못하는데 이런 아이들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의 학교는 빈곤 아동이 학교 밖에서 배가 고파 남의 집 냉장고 문을 열고 다니는 상황을 파악할 인력이나 시스템이 없는 상황”이라며 “아동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학교만큼 용이한 기관이 없는 만큼, 아동의 정보를 갖고 있는 학교가 구심이 되어 학교나 복지관 등 사회안전망 안에 아이들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진명선 이경미 김지훈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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