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사업은 실패했지, 결혼은 성공했어

등록 2012-07-27 20:52

지금은 고3이 된 첫째 딸의 15살 생일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서 한 컷!
지금은 고3이 된 첫째 딸의 15살 생일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서 한 컷!
[토요판] 가족관계 증명서
여보,

4남매의 둘째 딸로 오지랖 넓고 남 챙겨주기를 좋아하는 나와, 막내로 온유하고 부드러운 성품인 당신. 우린 꽤 잘 맞는 한 쌍이었죠? 태어나서 내가 제일 잘한 일이 당신과 결혼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신혼 때는 서로가 횡재한 거라고 유치한 말싸움을 한 일도 있잖아요. 인생의 급물살을 굽이굽이 헤치고 지나온 지금 생각하니 웃음만 납니다.

당신이 회사 다니고 나도 직장생활하며 두 딸을 키우는 동안, 참 행복했어요. 건설현장을 다니는 당신 직업 때문에 주말부부로 몇 년을 보내기도 했지만, 그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셨던 친정아버지의 염려가 무색하게 우리, 잘 지냈잖아요.

당신이 50살도 되기 전 현장에서 밀려나는 처지가 되면서 우리 가정에도 삶의 어두운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했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당신을 보다 못해 회사를 그만두라고 말한 것은 나였어요. 두어달 집에서 쉬던 당신은 가장이라는 책임감과 몸에 밴 부지런 때문에 곧장 자영업을 시작했고요.

당신이 회사생활하며 알뜰히 모은 돈과 공무원이었던 나의 대출로 시작한 그 일이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몇 달이 지나지 않아서죠. 중간에 그만두기엔 이미 투자한 돈이 너무 많았지요.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해야 했던 그 고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허약한 당신을 도와 퇴근 뒤 나까지 매달렸지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어 허우적거렸죠. 집에서 활기와 웃음이 사라졌던 암울한 시절이 2년 반이었어요.

언제였던가, 새벽에 둘 다 지쳐 기진맥진한 채 퇴근하다가 사소한 말다툼으로 내가 울며불며 큰길로 뛰쳐나간 적이 있었지요. 기름때 전 앞치마에 눈물을 닦으며 뛰어가던 그 순간, 떠오르던 건 어이없게도 ‘당신의 의미’라는 노래였어요. ‘당신 위하여 입은 앞치마에 눈물이 젖게 하지 마세요!’ 따라오지 말란다고 당신은 정말 안 따라오고 집에 가버렸죠. 하긴 나도 너무 지쳐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죠.

자영업을 접고 다시 자신의 분야에서 일을 시작한 당신을 보며 예전에 사이가 좋던 부부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몇 년간 못했던 대화를 하고, 내 말에 웃어주는 당신을 보면서 함께 인생의 질곡을 헤쳐온 동지애를 느낍니다. 아직 두 아이가 고등학생이고 갚아야 할 빚도 남아 있지만 힘들었던 과거를 생각하면 무슨 일이든 두렵지 않아요. 그리고 여전히, 내 인생에 제일 잘한 일은 당신과 결혼한 일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답니다. 당신의 아내, 당신의 동지

가족들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속 얘기를 사진과 함께 편지(원고지 6장 분량)로 적어 gajok@hani.co.kr로 보내주세요. 채택된 사연에는 빕스에서 4인가족 식사권을 드립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