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예방 차원 2학기부터 의무
전체 수업시간 더 늘리거나
다른 체험활동시간 포기해야
공간·지도교사도 턱없이 부족
전체 수업시간 더 늘리거나
다른 체험활동시간 포기해야
공간·지도교사도 턱없이 부족
교육과학기술부가 “인성을 함양하고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2학기부터 중학교에서 의무 실시하도록 한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이 학교 현장에 대한 고려 없이 시급하게 도입되는 탓에 애초 취지를 살리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 9일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개정안을 고시하면서 “중학교에서의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은 올해 2학기부터 1~3학년에서 시행한다”고 정했다. 이에 따라 시도별 교육지원청은 일선 학교에 7월 말~8월 중순까지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시간을 추가한 2학기 시간표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은 축구·야구·테니스 등 학생들이 희망하는 다양한 체육활동을 학교에서 할 수 있게 하자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운동장 등 시설이나 지도교사가 부족해 역효과를 낼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중학교는 51개 학급에 운동장이 하나뿐이다. 체육관 등 다른 시설은 전혀 없다. 이 학교의 체육교사 ㅎ씨는 “지금도 하루 평균 5개 학급이 운동장에 나와서 체육수업을 하는데, 학교스포츠클럽 시간까지 늘어나면 운동장에 7~8개 학급이 나오게 된다”며 “운동장이 콩나물시루가 돼 학생들의 스트레스만 늘어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체육교사 ㅎ씨는 “운동장 여유가 없어 컵쌓기나 까롬(가로세로 90㎝의 보드판 모서리 구멍에 바둑알 모양의 돌을 튕겨넣는 게임) 등 실내활동을 편성할 예정”이라며 “뛰어놀며 에너지를 분출한다는 취지대로 운영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스포츠를 가르칠 수 있는 강사 확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교과부는 스포츠강사 확보를 위해 대학생(체육 전공자)들도 스포츠강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자격 기준을 완화했다. 이민표 스포츠문화연구소 연구원(영원중 교사)은 “자질 없는 스포츠강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대회에 나갔다가 폭력적 발언을 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 현장도 문제다. 교과부는 개정 고시에서 2학기부터 △다른 수업시간을 줄이고 스포츠클럽 활동 시간을 넣거나 △학교가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스포츠클럽 활동 시간으로 대체하거나 △기존 시간표에 스포츠클럽 활동 시간을 추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는 이른바 주요과목인 국어·영어·수학 시간은 손대지 않고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스포츠클럽 시간으로 바꾸거나, 아예 7교시를 추가 편성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은 그대로 둔 채 스포츠 ‘수업’만 늘어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스포츠 등 체육 수업을 늘리는 것은 좋지만 일방적인 방식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민표 연구원은 “체육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음악 등 다른 활동의 선택지를 주고, 1인 1스포츠가 가능할 수 있도록 강사 확보, 시설 확충을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충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도 “단순히 스포츠클럽 활동 시간을 2학기에 급하게 의무화하기보다, 입시 위주의 현행 교육과정을 강제력을 써서라도 문화·예술·체육 활동 중심으로 다양화하는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운동장 등 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안을 찾고 있다”며 “우선 인근 체육시설을 활용할 경우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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