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 받음’과 ‘받음’ 두가지 뜻 가능
징계규정엔 한글쓰여 법다툼 초래
법원 “입법취지 고려해 엄격해야”
징계규정엔 한글쓰여 법다툼 초래
법원 “입법취지 고려해 엄격해야”
국어사전에 등장하는 ‘수수’라는 낱말은 ‘거두어 받음’(收受)이란 뜻과 ‘물품을 주고받음’(授受)이라는 뜻이 있다. 공무원·교사 징계 규정 등을 보면 ‘금품이나 향응을 수수한 자’를 징계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때 ‘수수’는 ‘받음’일까 아니면 ‘주고받음’일까?
징계 규정 등은 한글로만 ‘수수’라고 쓰고 있어 법정 다툼이 벌어지곤 한다. 어떻게 풀이하느냐에 따라 금품 등을 건넨 사람이 징계처분을 받기도 하고 면하기도 하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서울행정법원은 교육공무원 징계처분 기준의 ‘수수’를 ‘주고받음’으로 봤다. 승진 청탁과 함께 교육청 인사담당자에게 돈을 줬다는 이유로 해임된 교사가 낸 소송에서 “‘금품·향응 수수’는 받는 것뿐만 아니라 주는 것까지 포함하는 의미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밝히며, 교사의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지난달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심준보)는 ‘거두어 받음’으로 봤다. 공군 간부가 진급 청탁 명목으로 상관에게 뇌물을 줘 해임된 뒤 군인연금이 삭감되자 행정소송을 냈는데, 재판부는 “군인연금법 개정안의 개정 취지가 군 관련 민간업자들의 부정행위를 척결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하면, 해당 조항은 군인이 직무와 관련해 외부인으로부터 뇌물·향응을 제공받는 것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간부는 퇴직금을 온전히 받았다.
재판부는 “불리한 효과를 발생시키는 침익적 행정처분의 경우 근거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의미가 불명확할 때는 당사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서울고법도 해임된 경찰이 낸 퇴직급여 제한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공무원연금법에 규정된 ‘수수’는 무상으로 금품을 받는 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사전적 의미뿐만 아니라 그 단어가 포함된 조항의 입법 취지 등을 충분히 고려해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같은 단어라도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형법은 뇌물 공여(주는 것)와 뇌물 수수(받는 것)를 따로 구분해 규정하고 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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