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1년차인 대학 대우교수 ㄱ(54)씨와 아내 ㄴ(49)씨는 신혼 초부터 관계가 소원했다. ㄱ씨가 코를 곤다는 이유로 신혼 초기부터 각방을 쓰기도 했지만, ㄴ씨가 재혼인 ㄱ씨의 이전 부인의 흔적을 발견하고 의심했기 때문이다.
19살 아들과 17살 딸을 둔 부부는 2005년부터는 자녀 문제로 많이 다퉜다. 딸이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ㄱ씨에게 반항하기 시작했고 부녀간의 다툼이 심해졌지만 부부는 서로를 탓하기 바빴다. 게다가 ㄴ씨는 2007년 가슴 성형수술을 받고 인터넷 카페 등 외부활동을 많이 하기 시작하면서 집안 일을 소홀히 하기 시작했다. 집에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숙식을 해결했던 ㄱ씨는 아내가 성관계를 거부한데다가, 자신의 아버지 병원비를 송금해주지 않자 또 한번 폭발했다. 결국 ㄱ씨는 집안의 모든 경제권을 자신이 쥐었고, 생활비를 아내에게 이체해주는 방식으로 가정을 꾸려갔다.
결국 2009년 부부는 경찰이 출동할 정도로 심한 싸움을 했고, ㄴ씨는 이혼소송을 냈다. 법원의 조정절차에서 ㄱ씨는 ㄴ씨에게 상담을 희망하는 등 개선의 여지를 보였으나 ㄴ씨는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부부의 갈등은 의외의 곳에서 정점을 찍었다. ㄴ씨는 2008년부터 알게된 다른 남성과 불륜관계를 맺었는데, ㄱ씨가 2010년 우연히 아내와 이 남성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발견하게 된 것이다. ㄱ씨는 아내에게 따졌지만 아내는 “불륜행위는 당신의 무관심에 의한 것이고 혼인은 이미 3년 전에 끝났다”며 쏘아붙였다.
화가 난 ㄱ씨는 해서는 안될 짓을 했다. 아들과 딸이 집안에 있는데도 아내의 불륜 동영상을 크게 틀어놓고, 이를 인화한 사진을 아이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이 때문에 딸은 평소 사이가 나쁘지 않았던 어머니와의 만남도 거부하는 등 어머니와의 관계도 악화됐다. 게다가 ㄴ씨는 간통 혐의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ㄱ씨는 폭행·협박 혐의로 100만원의 약식명령 받는 등 부부관계는 물론 가족 전체가 파국으로 치달았다.
3년여 동안의 재판 끝에,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재판장 손왕석)는 이들의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 항소심에서 “남편의 관계회복을 위한 상담을 거부한 채 상당기간 부정행위를 저질렀고, 가정일에 소홀했을 뿐 아니라, 동영상으로 인해 가족의 명예가 실추된 상황에서 반성보다는 남편을 탓하며 혼인을 파탄으로 몰고간 아내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면서도 “남편이 미성년 자녀들에게 동영상 캡쳐사진을 보여주고 소리를 듣게 하는 등 매우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점을 참작해 아내는 남편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양쪽이 나눠가질 재산이 각각 1억7000만원임을 감안하면 통상적인 경우 위자료가 3000만~4000만원 가량 인정되는데, 남편의 잘못된 처신을 인정해 아내에게 절반 수준인 2000만원을 선고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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