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 강제동원된 한인 유족들
“국적·사망시점 따른 차별은 위헌”
“국적·사망시점 따른 차별은 위헌”
“같은 강제동원 피해자인데 한국 국적이 있으면 위로금을 받고, 여기 국적이면 받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우리가 받고 싶어서 러시아 국적 받았답니까?”(사할린 한인들의 자필 편지 모음집 <고향 가는 길이 인생길이었습니다> 중에서)
일제 강점기 러시아 사할린으로 강제동원됐던 한인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위로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또 옛소련 정부의 국적 정책 탓에 부모가 모두 무국적자로 살았던 강제동원 피해자 2세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적확인 소송도 함께 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공익 변호사 그룹 공감’은 6일 이아무개씨 등 사할린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37명이 ‘대일 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상대로 위로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에 따라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위로금을 위원회에 신청했지만, 위원회가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각하하거나, 피해자가 1990년 9월30일 이후 숨졌다는 이유로 기각하자 소송을 냈다. 2010년 제정된 관련 특별법은 한-소 수교가 이뤄진 1990년 이전에 숨진 사람만 위로금 지급 대상으로 삼고 있고, 신청인이 한국인이 아니면 신청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생계 등의 이유로 러시아 국적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강제동원 피해자 2세들이 위로금을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이들은 소장에서 “사할린 한인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것은 냉전 체제하의 외교적 문제와 한·일 정부의 책임 회피에서 비롯된 것이지 사할린 한인들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며 “국적 소지 여부와 사망 시점에 따라 위로금 지급에 차이를 두는 것은 헌법의 평등 원칙을 위배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별법은 사할린 한인들이 왜 고국에 돌아올 수 없었고, 왜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할 수 없는가에 대한 현실적 고려 없이 탁상공론으로 만들어진 법으로, 차별의 기준이 자의적이고 재외국민 보호의무 및 헌법 정신을 위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24년 사할린으로 강제동원됐던 부모의 뜻에 따라 지금까지 무국적으로 살아온 김아무개(58)씨는 국가를 상대로 국적확인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김씨는 “1948년 제정된 남조선과도정부의 국적에 관한 임시조례에 따라 국적법 제정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이 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으므로,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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