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여성 이아무개 씨가 지난달 30일 밤 11시쯤 ㅎ산부인과에 걸어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담긴 시시티브이 화면. 서울서초경찰서 자료 제공
수술실서 몰래, 간호사 속여 입수
마취제 등 13가지 혼합해 투약
경찰, 살인 아닌 과실치사로 송치
마취제 등 13가지 혼합해 투약
경찰, 살인 아닌 과실치사로 송치
사망한 환자의 주검을 내다버린 혐의(사체유기)로 지난 3일 구속된 산부인과 의사 김아무개(45)씨가 숨진 이아무개(31·여)씨에게 일반적인 수면유도제 말고도 혈관투약이 금지된 약물까지 혼합해 투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당일 이들이 성관계를 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7월30일 밤 김씨가 피해자 이씨의 몸에 수면유도제인 미다졸람 외에도 마취제인 나로핀, 베카론, 리도카인과 포도당 영양제 등 13가지 약물을 섞어 링거를 통해 투여했다고 8일 밝혔다. 이날 밤 11시1분께 김씨의 병원에 도착한 이씨는 자정께부터 주사를 맞았고 새벽 1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숨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김씨는 애초 경찰 조사에서 “이씨가 ‘피곤하다’고 해 미다졸람 5㎎을 투약했는데 의식을 차리지 못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의 추궁 끝에 다른 약물의 투약 사실이 들통났다. 김씨는 결국 “이씨가 사흘째 잠을 못 자 푹 자고 싶다고 말해 수면유도 효과를 높이려고 여러 마취제를 섞었다”고 진술을 바꿨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이 약물들을 수술실에서 몰래 가지고 나오거나 간호사를 속여 입수했다.
마약류로 분류되는 국소마취제 나로핀은 심장이 정지될 수 있는 부작용이 있어 혈관 투약이 금지돼 있다. 전신마취제인 베카론은 약물 투여시 자발적인 호흡이 정지되기 때문에 반드시 인공호흡기를 환자에게 부착한 뒤 사용해야 한다. 한 마취과 전문의는 “의사라면 베카론을 인공호흡기 없이 투여할 경우 환자가 사망한다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다”며 “인공호흡기를 달지 않고 베카론 주사를 놓았다면 그건 살해 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경찰에서 “링거줄을 통해 방울로 투약하면 생명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고의 살인 의혹을 부정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거짓말 탐지 검사를 통해 고의 살인 여부를 확인하려 했으나 ‘판단 불능’ 결과가 나왔다”며 “김씨가 이씨를 고의로 살해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경찰은 “전문의인 김씨가 혈관주사가 금지된 약물의 용법을 잘 모르고 그냥 투여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만큼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가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사 결과, 김씨가 숨진 이씨의 집에 지난 1년간 적어도 여섯 차례 드나든 사실도 드러났다. 이씨가 숨지기 직전 병실에서 이들이 성관계를 맺은 것도 확인됐다. 김씨는 경찰에서 “이씨가 약물 투여 15분 뒤 깨어났고 성관계를 가졌다”고 진술했다. 숨진 이씨의 체내에서 김씨의 디엔에이(DNA)도 검출됐다.
사건 당일 숨진 이씨가 병원에 들른 경위에 대해 경찰은 “김씨가 먼저 이씨에게 연락해 이씨를 병원에 불러들였다”고 밝혔다. 7월30일 저녁 8시54분께 김씨가 이씨에게 “언제 우유주사 맞을까요”라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이씨가 바로 “오늘요ㅋㅋ”라고 답장을 보냈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이씨는 이전에도 병원에 들러 마취제인 프로포폴 주사를 맞곤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살인 혐의가 아닌 사체유기 및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해 9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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