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생수. 한겨레21 박승화
생수판매 급증…폭염·녹조현상에 전년비 64%↑
“끓여도 별 안심 안될 것 같다”
“끓여도 별 안심 안될 것 같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주부 김미영(37)씨는 최근 생수 구입을 다시 시작했다. 가계 부담 때문에 생수 대신 수돗물을 끓여먹은 지 2년 만이다. 한강까지 퍼져 들어온 녹조 현상 때문이다. “세균은 끓이면 없어지겠지만 녹조는 이끼 같아서 끓여도 별 소용이 없을 것 같다”고 김씨는 말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주부 이문숙(38)씨도 계속 먹어온 수돗물 대신 생수를 선택했다. 9일 서울 강남의 한 대형마트에서 2ℓ짜리 생수 18개가 담긴 손수레를 힘겹게 옮기던 이씨는 “그동안 수돗물을 신뢰했는데 이번 한강 녹조 보도를 보고 생수를 사먹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2주째 이어지는 폭염에다 지난주부터 확산되고 있는 녹조로 인해 생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 대형마트의 전국 생수 판매량 상승률을 보면, 7월19일부터 8월8일까지 전년 대비 37% 정도가 늘었다. 폭염 때문에 지난해 여름보다 더 많은 생수가 팔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녹조 현상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8월2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 동안 판매량은 전년보다 64%나 늘었다.
또다른 대형마트의 생수 판매량 자료를 봐도 7월23일부터 8월8일까지 생수 판매량은 전년보다 약 32.6%가 늘었지만, 녹조 현상이 집중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한 6일부터 사흘 동안은 전년 대비 41.7%나 판매량이 늘었다. 최근 폭염이 약간 꺾이고 있는 추세로 볼 때, 녹조 현상이 아니면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통계수치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근 보도되기 시작한 녹조 현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녹조를 걱정하는 시민들이 늘면서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사재기 현상이 벌어질 조짐마저 보인다. 9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대형마트에 생수를 사러 나온 박아무개(65)씨는 평소 6개들이 한 묶음을 사는데 이날은 두 묶음을 샀다. 박씨는 “녹조 때문에 수돗물이 위험할 수 있다는 기사를 봤다”며 “넉넉하게 사놓는 게 좋을 거 같아 두 묶음을 샀다”고 말했다. 생수 코너를 담당하는 직원은 “녹조 현상이 보도되면서 판매가 30% 이상 급등한 것 같다”며 “저녁이 되면 인기 생수는 동나고 없어진다”고 ‘생수 열풍’을 전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