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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깨워줬더니 ‘지갑도둑’ 억지…“이 짓도 못해먹겠다”

등록 2012-08-13 19:21수정 2012-08-14 11:16

생트집·모욕에 폭언·허위신고까지…
버스기사들 ‘진상 승객’에 울상

깨워줬더니 ‘지갑도둑’ 억지
“칼침 놓는 수 있다” 협박도
“승객들도 예의 갖춰줬으면”
버스 운전기사 김아무개(43)씨는 지난 5일 새벽, 난데없는 드잡이 끝에 경찰서까지 갔다. 술에 취해 잠들어 있던 승객 김아무개(43)씨를 깨운 것이 화근이었다.

전날 밤 11시30분께, 종점을 앞둔 버스엔 김씨와 승객 한명만 타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릴 곳을 놓친 듯싶어, 김씨는 승객을 흔들어 깨웠다. 황망하게 일어난 승객은 잠에서 깨자마자 버스에서 내렸다. 다시 출발하려는 찰나, 승객이 버스 앞문을 두드렸다. “내 지갑이 없어졌어!”

김씨는 승객이 앉았던 좌석 아래서 지갑을 발견해 고스란히 건넸다. 승객의 생트집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지갑 갖고 도망치려고 한 것 아니야?” 승객은 버스를 막아섰다. 무려 30분 동안이나 버스는 오도 가도 못했다. 결국 운전기사 김씨는 승객 김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서에서 피해자 진술까지 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이 승객을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지만, 김씨는 여전히 찜찜하다. “이런 일을 겪으면 모멸감을 느끼죠. 이짓도 못 해먹겠습니다.”

운행을 기다리는 시내버스들이 서울 은평구 수색동 은평공영차고지에 줄지어 주차돼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운행을 기다리는 시내버스들이 서울 은평구 수색동 은평공영차고지에 줄지어 주차돼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서울시는 2012년을 ‘시내버스 서비스 혁신의 해’로 선포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버스 서비스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운전기사의 불친절 못지않게 버스 승객의 무례한 행동도 문제가 되고 있다.

경기도 수원의 ㅅ운수 사무실에서 만난 김씨의 동료 버스기사들도 ‘진상 승객’들에게 당한 수모를 털어놨다. 황치문(57)씨는 지난 6월30일 경찰서에 다녀왔다. 양손에 짐을 들고 버스에 탄 60대 여성이 버스에서 내리던 도중 짐을 놓쳤다. 이 여성은 “버스 급정차로 바닥에 넘어졌다”며 황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살펴본 결과, 버스가 정차할 때 이 여성이 교통카드를 꺼내다 중심을 잃고 버스 기둥에 손을 긁힌 게 전부인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 승객은 넘어진 적도 없었다. 이 일로 황씨는 하마터면 회사에서 징계를 당할 뻔했다.

20년 동안 시내버스 운전을 한 이아무개(62)씨는 지난달 한 승객으로부터 폭언을 들었다. 버스에서 전화통화를 오래하는 승객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요구했더니 이 승객은 이씨에게 “칼침 놓는 수가 있으니 입 닥치라”고 협박했다.

이밖에도 집에서 들고 온 쓰레기 봉지를 버스에 버리고 가는 승객, 우리에 넣지 않은 애완견을 버스에 태우려고 억지 부리는 승객, 자신의 실수로 정류장에서 내리지 못한 뒤 ‘버스가 무정차 통과했다’고 허위신고하는 승객 등이 ‘진상 손님’이라고 버스 운전기사들은 말했다.

배상목 공공운수 사회서비스노동조합 민주버스본부 자문위원은 “버스의 서비스 개선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지만, 버스 기사들이 강요된 친절이 아닌 자발적 친절을 베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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