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노동자 오씨 안타까운 사연
13일 화재가 일어나기 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건설경기 침체로 일감이 없던 일용직 노동자들을 끌어모은 ‘블랙홀’이었다. 총면적 2만7264㎡ 규모 건물을 1년8개월 만에 지으려면 많은 일손이 필요했다. 전국 곳곳의 노동자들이 서울 광화문 옆 공사장에 몰려들었다. 시공사 지에스(GS)건설은 화재 당시 모두 500여명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인천 부평에서 부인과 함께 작은 세탁소를 운영했던 오아무개(59)씨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젊은 시절 오씨는 동대문에서 옷을 떼어 파는 소매상을 했지만 빚만 남았다. 면역력이 약해지는 루푸스병에 걸린 부인을 간병하면서 장인·장모도 모시고 살았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틈틈이 공사장 인부 일을 병행하며 돈을 벌었던 오씨는 13일 화재와 함께 세상을 떴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오씨의 친척은 “그렇게 묵묵하고 성실하고 착할 수 없었다”며 그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두 형과 함께 공사장에서 일하다 이번 화재로 숨진 유문상(43)씨는 사고 전날, 고향인 전남 영광을 찾았다. 숨진 유씨의 형 유택상(49)씨는 “막내가 부모님 집에 들러서 쇠고기를 선물했는데 그게 마지막 선물이 됐다”며 말끝을 흐렸다.
또다른 사망자 오현주(48)씨의 장례식장은 사고 이튿날에야 차려졌다. 미혼인 오씨의 가족 연락처를 찾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이다. 14일 병원을 찾아와 빈소를 마련한 형 오동주씨는 “자식도 없이 너무 외롭게 갔다”며 안타까워했다.
사고 당시 불길을 피해 크레인 위로 올라갔다가 추락한 김광주(54)씨는 중국 지린성 출신의 동포다. 김씨는 2002년 한국에 들어와 일용직 노동자로 일해왔다. 발목 골절상을 입고 병원에 누워 있는 김씨는 “아들을 중국에 남기고 죽을 뻔했다”고 말했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김원근(47)씨는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았지만 자신의 이름만 겨우 말할 정도로만 회복했다. 결혼한 지 20년 된 김씨의 아내는 중환자실 앞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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