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경찰, 책임론에 “억울하다”
“업자들 예비범죄자 취급안돼”
“감독강화는 사경제 과도규제”
“업자들 예비범죄자 취급안돼”
“감독강화는 사경제 과도규제”
지난 8일 김기용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에스제이엠(SJM) 용역폭력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바라보는 경찰의 속내는 다르다. “억울하다”는 반응이 많다.
사건의 책임을 지고 전보조처된 오영식 전 경기안산단원경찰서 경비과장은 “경찰 기동대가 지키고 있는 가운데 용역폭력이 이뤄졌다거나, 내가 폭력 사태 전에 공장을 둘러보고 나갔다는 등의 노조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징계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른 경찰관들도 동병상련의 심정이다. 한 경찰서 생활안전과에서 용역경비업체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경찰관 ㄱ씨는 “경찰이 모든 경비업자를 예비 범죄자로 취급해야 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경찰이 폭력사태 현장을 수수방관한 것이 아니냐는 추궁에 대한 항변이었다.
하급간부인 그는 “경찰이 경비업자들의 속마음까지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용역폭력은 우발적 측면이 강한데 경찰이 항상 이에 대비하는 것은 일종의 ‘과잉 조처’라는 것이다. 고용주가 용역경비를 고용해 노조원을 내모는 것은 “민사의 영역이지 경찰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여러 자리에서 만난 대부분의 경찰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ㄱ씨와 비슷한 속마음을 품고 있는 듯했다. 하상구 경찰청 생활안전과장은 경비업을 관할하는 실무 최고책임자다. 하 과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경비업에 대한 규제 강화는) 사경제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고 말했다.
경비업 허가 취소를 받은 경비업자가 ‘바지 사장’을 앉혀 유령회사를 세우는 행태에 대해서도 하 과장은 “단란주점도 영업허가가 취소되면 다른 사장을 앉히고 계속 영업한다”며 “유령회사 뒤에 실질적 소유주가 있다는 것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용역폭력 사태에 대해 “사형시킨다고 해도 살인은 계속 일어난다. 아무리 규제해도 경비업자들이 법을 어기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쟁의 현장에서 사설 폭력인 용역경비원들이 득세해도 가급적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관념을 고위 간부부터 일선 경찰까지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선 경찰들은 경찰의 권한 강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좀더 적극적이다. 용역폭력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일선 경찰들이 책임을 뒤집어쓰는 일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경찰관 ㄱ씨는 “경비업 인허가 과정이 부실하니까 그 화살이 경찰에 돌아오고 있다”며 “경찰에 더 강도 높은 감독 권한을 주고, 불법 폭력사태에 연루된 업체 및 관계자는 다시는 시장에 발을 못 붙이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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