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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4기 헌재 ‘초록은 동색’…정치적 사안엔 ‘줄타기’ 일쑤

등록 2012-08-15 19:00수정 2012-08-15 22:53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고위 직업법관 위주로 편성돼
소수자 시각·시대흐름 못담아
미디어법·집시법 관련소송 등
정치 눈치보며 어정쩡한 결정
이강국 소장의 독선도 도마에
재판관 5명 다음달 교체

김종대(64·사법연수원 7기)·민형기(63·6기)·이동흡(61·5기)·목영준(57·10기)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가 다음달 14일 끝난다. 지난해 조용환 후보자에 대한 여당의 임명동의안 거부로 공석인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의 후임까지 포함하면 전체 9명의 헌법재판관 중 5명이 바뀐다. 사실상 ‘5기 헌재’가 꾸려지는 셈이다.

지난 ‘4기 헌재’는 여러 사회계층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는 헌법재판관 구성에 실패하면서 헌법 해석에서 관점의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후임 헌법재판관은 법률적 지식에만 능통한 ‘법전문가’가 아닌, 소수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결정문에 담아낼 수 있는 ‘헌법전문가’를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경직된 ‘4기 헌재’ 헌재 관계자는 15일 “너무 경직돼 있었다”는 말로 ‘4기 헌재’를 압축해 표현했다. 대부분 직업 법관 출신의 고만고만한 헌법재판관들이 테이블에 앉다 보니 평의 과정에서 소수자의 얘기나 시대 흐름을 다양하게 반영하는 독창적인 의견들이 표출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오랜 법관 경력을 가진 분들이 승진 코스로 오다 보니 대부분 하나 마나 한 얘기밖에 나올 수 없는 구조”라며 “헌재는 단순히 법률 해석을 잘하는 고위법관들이 재판하는 곳으로 변질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고위법관들이 헌법재판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나타난 폐해는 헌재의 ‘최고참’인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의 독선적인 운용 방식에서 엿볼 수 있다. 헌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 헌재소장은 평의 도중 자신보다 사법연수원 9기수 차이가 나는 한 헌법재판관에게 ‘지방 배석판사보다 못한 소리를 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에 수석 헌법재판관이 대표로 이 헌재소장을 찾아가 ‘언사에 주의해달라’는 항의를 했다고 한다. 헌재 관계자는 “이 헌재소장은 기수가 낮고 법원 출신이 아닌 헌법재판관이 오면 같은 헌법재판관으로서 동등하게 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어떤 사건에선 주심 헌법재판관이 쓴 결정문을 이 헌재소장이 고쳐서 다시 써보라고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 ‘줄타기’ 결정들 ‘4기 헌재’가 내놓은 결정들 역시 후한 점수를 주기 힘들다. 지난해 1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선거운동 금지를 위헌 결정하는 등 ‘표현의 자유’에 대해선 나름대로 시대 흐름을 반영한 결과물을 내놨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은 매번 ‘줄타기’ 결정으로 헌재의 위상을 스스로 깎아내렸다.

헌재는 2009년 10월 민주당 등이 미디어법 표결 과정에서 심의·의결권을 침해당했다며 낸 권한쟁의 심판청구 사건에서 야당 의원들의 권한 침해를 인정하면서도 미디어법의 무효확인 청구는 기각했다. 표결 과정의 절차상 위법성은 있지만 법안의 효력은 남는다는 어정쩡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헌재 관계자는 “미디어법 사건은 지나치게 정치 영역의 눈치를 본 결정”이라며 “법률가의 결론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헌재는 2009년 9월 야간 옥외집회를 사실상 금지한 집시법 10조에 대해 “헌법에 위반되지만 2010년 6월까지는 효력을 인정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에 어긋나는 법을 1년 동안 계속 적용하라는 ‘상식 이하’의 답안을 내놓은 셈이다. 헌재 관계자는 “분명한 답을 냈어야 하는데, 위헌도 합헌도 아닌 결정으로 오히려 혼란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 ‘고위법관 사랑방은 안 돼’ “해박한 법률지식, 원만한 인품, 법원 안팎의 높은 신망을 감안해….”

그동안 헌법재판관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국회에 보낸 청문요청서들을 보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레퍼토리다. ‘스펙’도 ‘서울대 출신, 법원장급 이상, 50대 남성’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헌재 안팎에선 ‘헌법적 가치’에 대한 관점과 신념을 자격 조건의 1순위로 꼽는다. 헌재 관계자는 “단순히 법률의 ‘자구’에 얽매이지 말고 사회공동체가 변화하는 환경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헌법재판관으로 와야 한다”며 “장애인·여성 등 입법·행정 과정에서 소외된 소수자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9명의 헌법재판관이 헌재의 심판을 맡도록 한 것은 각자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소신있게 펼치라고 역할을 준 것”이라며 “그렇게 다양한 생각들이 부딪쳐서 새로운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고위법관 모임 비슷하게 헌법재판관 구성이 이뤄지면 안 된다. 법관 일색인 헌법재판소는 어느 나라에도 없다. 색깔이 다른 분들이 와야 평의 과정에 활력이 붙고 결정도 탄탄해진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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