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강제퇴거 1년
“경찰은 우릴 사람 취급조차 안해”
나무 든 직원이 “나가라” 위협도
인권단체, 오늘 규탄집회 열기로 축축이 젖은 종이 널빤지 위에 겨우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1m 남짓한 폭의 건물 차양은 쏟아지는 빗줄기를 피하기엔 좁게만 보였다. 밤새 시간당 최고 30㎜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진 21일 아침, 서울역에 모여든 노숙인들은 차마 실내로 들어가지 못한 채 역 건물에 바싹 붙어 비를 피하고 있었다. 코레일이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방침을 발표한 지 꼭 1년이 지났다. 시민 불편을 해소하고 범죄를 예방한다는 취지였다. 코레일은 노숙인들을 쫓아내기 위해 지난해 7월 특수경비용역직원들을 고용해 “고객들에게 혐오감을 주거나 위해 행위를 하는 등 뚜렷한 목적 없이 체류하는 자에 대한 계도 및 퇴거업무”를 맡기고 있다. 그러나 노숙인들은 여전히 서울역 주변을 맴돌고 있다. 21일 서울시 발표를 보면, 현재 서울역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은 251명으로 강제퇴거 직전의 273명에 견줘 22명이 줄어드는 데 그쳤다. 역 앞에서 만난 노숙인들은 “그래도 갈 곳이 서울역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역 앞 도로변에 박스를 깔고 앉아 있던 문아무개(52)씨는 인상부터 찌푸렸다. “대합실에서 텔레비전만 보고 있어도 경비가 와서 벌금을 내라면서 쫓아낸다고요.” 옆에 있던 박아무개(42)씨가 거들었다. “며칠 전엔 경찰이 우리 사진을 막 찍기에 ‘왜 찍냐’ 했더니 범죄예방한다고 그러데요. 요즘 경찰들은 우리를 사람 취급도 안 해요.” 거리 한켠에서 책을 읽던 또다른 노숙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집 있고 주차장 있는 사람들이 발붙일 데 없는 우리를 내모는 걸 보면 자폭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이날 서울역 내부 화물 하역장에서는 어느 코레일 직원이 나무 작대기로 노숙인을 위협하며 내쫓는 모습도 보였다. 노숙인 인권단체인 홈리스행동의 이동현 집행위원장은 “서울역의 강제퇴거 조처가 경찰의 주폭 단속과 맞물리면서 노숙인을 노골적으로 사회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효과도 없는 악의적 퇴거 조처를 하루빨리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홈리스행동은 서울역 노숙인 퇴거 조처 1년을 맞는 22일 오후 서울역에서 코레일 등을 규탄하는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엄지원 조애진 기자 umkij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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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든 직원이 “나가라” 위협도
인권단체, 오늘 규탄집회 열기로 축축이 젖은 종이 널빤지 위에 겨우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1m 남짓한 폭의 건물 차양은 쏟아지는 빗줄기를 피하기엔 좁게만 보였다. 밤새 시간당 최고 30㎜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진 21일 아침, 서울역에 모여든 노숙인들은 차마 실내로 들어가지 못한 채 역 건물에 바싹 붙어 비를 피하고 있었다. 코레일이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방침을 발표한 지 꼭 1년이 지났다. 시민 불편을 해소하고 범죄를 예방한다는 취지였다. 코레일은 노숙인들을 쫓아내기 위해 지난해 7월 특수경비용역직원들을 고용해 “고객들에게 혐오감을 주거나 위해 행위를 하는 등 뚜렷한 목적 없이 체류하는 자에 대한 계도 및 퇴거업무”를 맡기고 있다. 그러나 노숙인들은 여전히 서울역 주변을 맴돌고 있다. 21일 서울시 발표를 보면, 현재 서울역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은 251명으로 강제퇴거 직전의 273명에 견줘 22명이 줄어드는 데 그쳤다. 역 앞에서 만난 노숙인들은 “그래도 갈 곳이 서울역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역 앞 도로변에 박스를 깔고 앉아 있던 문아무개(52)씨는 인상부터 찌푸렸다. “대합실에서 텔레비전만 보고 있어도 경비가 와서 벌금을 내라면서 쫓아낸다고요.” 옆에 있던 박아무개(42)씨가 거들었다. “며칠 전엔 경찰이 우리 사진을 막 찍기에 ‘왜 찍냐’ 했더니 범죄예방한다고 그러데요. 요즘 경찰들은 우리를 사람 취급도 안 해요.” 거리 한켠에서 책을 읽던 또다른 노숙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집 있고 주차장 있는 사람들이 발붙일 데 없는 우리를 내모는 걸 보면 자폭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이날 서울역 내부 화물 하역장에서는 어느 코레일 직원이 나무 작대기로 노숙인을 위협하며 내쫓는 모습도 보였다. 노숙인 인권단체인 홈리스행동의 이동현 집행위원장은 “서울역의 강제퇴거 조처가 경찰의 주폭 단속과 맞물리면서 노숙인을 노골적으로 사회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효과도 없는 악의적 퇴거 조처를 하루빨리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홈리스행동은 서울역 노숙인 퇴거 조처 1년을 맞는 22일 오후 서울역에서 코레일 등을 규탄하는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엄지원 조애진 기자 umkij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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