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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최시중 ‘악어의 눈물’ …“견디기 힘들다” 흐느껴

등록 2012-08-22 18:02수정 2012-08-22 21:52

검찰,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징역 3년6월 구형
법정에 선 ‘방통대군’ 반성 내용없이 신세한탄만

이명박 정권의 최고 실세로 꼽히며 이른바 ‘방통대군’이라 불렸던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법정에서 흐느꼈다.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고 참회하는 눈물이라기 보다는, 정권 말기에 구속된 자신의 ‘참담한’ 처지를 한탄하는 초라한 눈물로 보였다.

서울 양재동 복합화물터미널 파이시티의 인허가 청탁 대가로 브로커 이동율(59)씨에게 8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로 구속기소된 최 전 위원장은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정선재)의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 법정에 푸른 수의를 입고 담담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최 전 위원장은 자신의 지인들로 보이는 방청객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재판이 시작된 직후 재판부는 최 전 위원장의 변호인이 지난 21일 낸 보석신청에 대해 검찰·변호인·최 전 위원장의 순서로 의견을 물었다. 최 전 위원장의 차례가 돌아오자, 최 전 위원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마이크를 갖다 대고 긴 한숨을 쉬더니 울먹이기 시작했다.

“음.. 제가 건강이.. 수술하고 나서 독방을 쓰면서 심리적으로 위축이 됐습니다. 수감된 지가 110일이 넘어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버틸 수 없는 한계가 왔습니다. 저 같은 나이에 건강이 한번 꺾이면 회복이 어려운데, 한계점에서 버티고 있기 때문에 (보석 신청이) 받아 들여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며 흐느꼈다.

이어 최 전 위원장은 피고인석에서 증인석으로 옮겨 앉아 피고인 신문을 받았다. 지난 재판에서 “이씨에게 받은 돈이 8억원이 아닌 6억원이며, 인허가 청탁 대가가 아닌 이명박 대통령 후보 경선에 필요한 자금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는 최 전 위원장은 검찰로부터 대가성 여부에 대해 집중 추궁을 받았다.

앞서 눈물을 흘렸던 최 전 위원장은 자신의 혐의를 벗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신문에 임했다. 검찰이 “받은 돈이 거액이고 현금으로 받은 점을 미루어 청탁의 대가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추궁하자, 최 전 위원장은 “6억원이 (일반인들에게는) 거액이지만 정치적 활동을 하다보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런 돈은 현금이 일반적이지, 수표로 받겠냐”며 허허 웃기도 했다. 검찰이 계속 파이시티와 함께 8억원을 언급하자 “파이시티와 2억원은 빼달라”고 강하게 말하기도 했다.

최 전 위원장은 검찰이 다시 “아무런 대가 없이 6억원을 준 것이냐”고 묻자 “사람이 돈을 주는데 전혀 무의무득하게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반대급부를 당장 바라지는 않더라도 도울 때 돕고 상부상조하는 것이 인간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받은 돈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갚겠다고 생각했고, 고맙다고 느껴 마음의 빚으로 남아있다”고 답했다.

이어진 의견진술에서 검찰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8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장기간 동안 받아와 엄히 처벌해야 한다”며 징역 3년 6월을 구형했다.

최 전 위원장은 최후 진술에서 또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최 전 위원장은 수의 상의 주머니에서 자신이 직접 적어온 글을 꺼내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최 전 위원장은 “재판부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린다”로 운을 뗀 뒤 눈물을 흘리며 지난 인생에 대한 회한을 풀어냈다.

“구룡포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초근목피로 연명했고, 수업료를 내지 못했고, 아픈 어머니를 대신해 소년가장으로 살며 통조림공장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고 싶은데 책을 살 돈이 없어 무급 서점 점원으로 일을 했고, 장돌뱅이로 이 시장 저 시장을 돌면서 돈을 벌었습니다. (중략) 언론계·정치권에 몸담으며 난관이 많았지만 고난을 극복하며 롤모델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사회활동을 마감하는 지금, 저의 모습은 참담합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보람있고 아름답게 마감하고 싶습니다.”

최 전 위원장이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읽은 최후 진술은 에이(A)4 용지 3장 짜리였지만, 최 전 위원장 스스로도 인정한 6억원 수수 범행에 대해 ‘반성한다’는 내용은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최 전 위원장의 선고 공판은 오는 9월14일 열린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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