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앞에 ‘다케시마(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적힌 말뚝이 붙어 있다
“다케시마는 일본 땅” 적혀
경찰, 일 남성 2명 신원추적
극우활동가 스즈키 개입된 듯
경찰, 일 남성 2명 신원추적
극우활동가 스즈키 개입된 듯
일본 극우파 활동가들이 또다시 위안부 피해자를 겨냥한 ‘말뚝 테러’를 저질렀다.
경찰은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물 입구와 서대문구 미근동 동북아역사재단 건물 앞에서 각각 일본인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 말뚝이 발견돼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자료와 기록물 등을 전시한 공간으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경찰과 정대협의 설명을 종합하면, 박물관 현관에 양면테이프로 고정된 45㎝ 길이의 말뚝 1개에는 한글과 일본어로 “다케시마는 일본땅”이라고 적혀 있었고, 박물관 주차장 철문과 벽에도 “위안부=성노예라는 거짓말을 그만해라”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 등의 주장을 인쇄한 전단지가 각각 한 장씩 붙어 있었다.
경찰은 박물관 입구의 폐회로텔레비전(CCTV)에서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20대와 50대 남성 두 명을 확인하고 신원 파악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새벽 6시20분께 박물관을 찾아 말뚝 등을 설치한 뒤 휴대전화로 찍고 2분여 만에 현장을 떠났다.
독도연구소가 위치한 동북아역사재단 건물 앞에서 발견된 말뚝 2개는 이날 오전 9시께 출근길 시민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철거했다.
이번 사건에는 지난 6월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과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현관에 같은 내용과 형태의 말뚝을 설치했던 일본 극우단체 ‘유신정당·신풍’ 활동가 스즈키 노부유키(47)가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소녀상 발목에 말뚝을 묶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던 스즈키는 이번에도 블로그에 인증사진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천황 폐하 사죄 요구에 반격! 서울에 다케시마의 비 4개!”라는 제목의 글을 공개했다. 그는 지난 14일 이 대통령이 일왕에게 사죄를 요구한 것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죽음으로도 보상할 수 없는 무거운 말”이라고 공격했다.
정부는 지난 7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10명의 요청을 받아들여 스즈키를 입국금지한 바 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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