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전철 가좌역 공사현장에서 운송차량 사고로 숨진 일용직 노동자 임아무개(33)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ㄷ병원 장례식장에 지난 21일 임씨의 위패가 영정사진 없이 놓여 있다.
박아름 기자 parkar@hani.co.kr
경의선 운송차 사고로 숨진 청년
영정사진·조문객조차 없는 빈소
가족들 “죽은 사람만 원통한 거지”
감독 책임 시설공단, 애도도 안해
“철도노동자 안전 원청이 책임져야”
영정사진·조문객조차 없는 빈소
가족들 “죽은 사람만 원통한 거지”
감독 책임 시설공단, 애도도 안해
“철도노동자 안전 원청이 책임져야”
아들의 관을 앞세운 어머니가 까무러칠듯 울음을 쏟아냈다. “죽은 사람만 원통한 거지.” 운구행렬의 앞에 선 임아무개(33)씨의 외삼촌이 한숨을 내쉬었다. 22일 아침 굵어진 빗발이 떨어지지 않는 가족들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임씨는 지난 20일 새벽 서울 마포구 중동의 경의선 전철 가좌역 공사현장에 일용직으로 투입됐다 운송차량 사고로 숨졌다. 일반 화물차와 경운기에 기차 바퀴를 끼운 불법개조 차량 두 대가 추돌하면서 싣고 있던 전력 케이블 드럼통이 쏟아졌다. 2.3t 무게의 드럼통 6개가 인부들을 덮쳐 임씨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그 애가 15대 독자예요. 내가 죄가 많아 대가 끊겼어요.” 심장이 안 좋은 어머니가 북받쳐 울음을 터뜨리자 임씨의 여동생(31)이 조용히 부축했다. 21일 오후 서대문구 홍은동 ㄷ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임씨의 빈소를 찾은 이는 많지 않았다. 어머니와 외삼촌 내외, 여동생이 전부였다. 급하게 차린 젊은 노동자의 빈소에는 영정사진조차 없었다.
“시신을 보기 전까지 믿을 수가 없었어요.” 소식을 들은 것은 사고가 일어난 지 10여시간이 지난 뒤였다. 시신이 심하게 훼손된 탓에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워 유족들에게 연락이 늦게 닿았다. 여동생은 인터넷 뉴스로 사고 소식을 접하긴 했다. 전철 공사현장에서 사고로 40대 남성이 죽었다고 했다. 그 남성이 두달 전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들은 오빠일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고 현장을 확인한 여동생은 다시 한번 경악했다. 2t이 넘는 드럼통을 떠받친 것은 고작 삼각형 나뭇조각 하나였다. “그걸로 고정이 되냐고요. 도저히 제 눈을 믿을 수가 없었어요.”
숨진 임씨는 지난 15일 일용직으로 공사현장에 투입됐다. 공고를 졸업한 뒤 프레스공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설비일을 해왔다. “무슨 일을 했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어요. 오빠는 그저 힘들고 위험하고 급여가 적은 일이라고만 했어요.” 여동생이 눈물을 훔쳤다.
날품팔이 노동자의 죽음에, 현장 감독 책임이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 쪽은 따로 애도를 표하지 않았다. 외주업체인 시공사 ㅌ산업 관계자들만 22일 빈소를 찾아 “일단 장례를 치르고 보상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선로 공사는 어두운 지하에서 주로 이뤄진다. 위험한 작업인 탓인지 외주업체나 하청업체에 고용된 일용직 또는 단기계약직 노동자들이 공사를 맡는다. 원청업체는 하청·외주 업체의 일용직 노동자들의 안전교육을 소홀히 한다. 안전 지침을 들었다 하더라도 철로 공사에 숙련되지 않은 일용직들은 종종 위험한 상황에 빠진다.
지난달 경남 밀양에서는 밤중에 선로 보수공사를 하던 60대 계약직 노동자가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인천 계양역에서 출발한 막차가 코레일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5명을 덮쳐 숨지게 했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철도 궤도에서는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켜야만 한다”며 “철도 노동에 익숙하지 않은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의 안전대책 등을 원청업체가 직접 챙기고 그 책임을 지게 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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