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전태일 재단 방문이 전태일 열사 유가족 쪽의 반대로 무산됐다. 박 후보는 28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전태일 재단을 찾아 재단 인사들과 함께 전태일 열사를 추모할 예정이었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는 재단 앞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박 후보의 방문은) 진정성이 없다”며 “22명의 노동자가 죽은 쌍용자동차 대한문 분향소는 찾아가 보지도 않으면서 여기 오는 것은 순서가 잘못되고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라며 손팻말을 들고 박후보의 방문을 막아섰다. 대여섯명의 다른 시민들도 재단으로 향하는 골목길을 몸으로 막았다.
박 후보는 하는 수 없이 재단 사무국장과 간단하게 전화통화만 한 뒤 청계천에 있는 전태일 다리로 발길을 돌렸다. 박 후보는 전태일 열사의 동상 앞에서 헌화를 예정이었으나 여기서도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박 후보를 가로막았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새누리당사 박근혜 후보 캠프 앞에서 20일 넘게 박 후보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데 묵묵부답이다”며 “생존의 벼랑끝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는 박 후보가 전태일 재단에 온다는 건 허구”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헌화없이 자리를 떴다. 박 후보 쪽은 이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고자 노숙 농성장 방문을 고민했으나 중간에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가 ‘과거와의 화해’를 위해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너무 일방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전에 적절한 조율없이 방문 계획을 통보하듯 알리고 무작정 찾아가는 모습은 적절한 화해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후보는 지난 21일 아침에도 노무현 재단 쪽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겠다”고 알린 뒤 곧바로 묘역을 찾았다.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당의 대선 후보니까 정중히 맞이했지만 그 과정에는 아쉬움과 유감이 있다”며 “묘역을 참배하면 우리도 내부 준비가 필요한데 사전에 통보가 없어서 당혹스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누리꾼들도 비판적인 의견을 남기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dhek***는 “과연 아버지가 저지른 죄악이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반성을 했다면 이렇게 일방적인 화해를 감히 들먹일 수 있었을까. 누구 맘대로 과거와의 화해이며 골치아프니까 넘어가자는 게 진정 화해인가?”라고 물었다. @mettayoon은 “박근혜가 대한문앞 쌍차 분향소 방문도 취소했군요. 진정성 없는 선거철의 방문 코스프레는 필요없습니다.”라고 꼬집었다.
허재현 기자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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