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히고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를 강타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4가에서 구청 직원들이 강풍에 쓰러진 교통표지판을 치우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전국 9명 사망 등 피해 속출
176만여 가구 정전에 통신도 마비
천연기념물 ‘왕소나무’ 뿌리채 뽑혀
176만여 가구 정전에 통신도 마비
천연기념물 ‘왕소나무’ 뿌리채 뽑혀
28일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볼라벤’은 강우보다는 강풍으로 전국 곳곳에 큰 상처를 남겼다. 농어촌에선 초속 40m 안팎의 강풍이 농작물 재배와 어패류 양식에 피해를 안겼고, 도심에선 전력공급이 끊기면서 전철 운행이 지연돼 퇴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낮 경남 남해군 서면 중현리에선 강풍에 집 담장이 무너져 정아무개(80)씨가 깔려 숨졌다. 전북 완주군 삼례읍 아파트에서는 경비원 박아무개(48)씨가 주차장에서 일하다 강풍에 쓰러진 컨테이너에 깔려 숨졌다.
수확기에 접어든 들판의 농민들은 바닥에 나뒹군 과일이나 물에 잠긴 벼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고, 바닷가 어민들도 부서진 양식장 앞에서 허탈해했다. 새벽 전남 완도군 완도읍 망남리 앞바다 전복 양식장이 풍랑에 부서진 채 육지까지 떠밀렸다. 여수·고흥 등의 해안도 비슷했다.
전국 배 생산량의 17%를 차지하는 전남 나주의 배 낙과 피해가 심했다. 농민 김만기(42·나주시 금천면 송촌마을)씨는 “한 나무에 달리는 배 250개 가운데 20~30개만 겨우 남았다”고 한숨지었다. 나주시 쪽은 “눈대중으로 헤아려봤더니 배가 60%가량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날 강풍에 천연기념물인 충북 보은의 ‘정이품송’(103호)은 큰 가지가 부러졌고, 괴산의 ‘왕소나무’(290호)는 뿌리째 뽑혔다.
태풍 피해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도 잇따랐다. 지붕과 간판이 날아가 수십명이 다쳤고 곳곳에 교통이 통제됐다. 서울과 인천공항을 잇는 영종대교 상부도로는 오후 5시12분부터, 인천대교는 낮 12시22분부터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이날 오후 7시15분께 전철 1호선 서울 금천구청역에서 전력공급이 끊기는 바람에 안양~구로 상행선 전동차 운행이 47분간 지연 운행됐다. 서울역에서 인천공항을 잇는 공항철도도 오후 7시부터 20분간 서울역 방면 3개 열차가 서행하면서 퇴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곳곳에서 전봇대가 쓰러져 전기·통신시설도 마비됐다. 이날 새벽 전남 완도·해남 등지에서 26만가구의 전기가 끊긴 것을 비롯해 전국 176만가구가 한때 정전 피해로 불편을 겪었다.
김기성 기자, 전국종합 player009@hani.co.kr
무너지고 태풍 볼라벤의 강풍에 무너져 내린 전남 목포시 호남동의 한 상점 앞에서 28일 오전 시민들이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목포/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떨어지고 28일 오후 전남 나주시 금천면 신가리 배밭에서 김막내(77)씨가 착잡한 표정을 한 채 태풍 볼라벤이 몰고온 강풍으로 과수원 바닥에 떨어진 배를 들어 보이고 있다. 나주/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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