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들머리에서 열린 수요집회에 참석한 김복동(맨 왼쪽부터)·강일출·이옥선·박옥선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촉구하는 참가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경술국치 102년, 1037차 수요집회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서울 서대문구 ‘쉼터 우리집’에서 생활하는 김복동(87) 할머니는 29일 평소보다 한시간 이른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1037번째 맞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수요집회)가 있는 날이다.
허리·무릎이 아파 쉬고 싶다는 피해자 할머니들도 있었다. 태풍이 쓸고 가서 그럴 거라고 김 할머니는 생각했다. 그래도 이날은 102년 전 일제에 의해 한일병합조약이 강제 체결된 경술국치일이었다. “그러니 꼭 참석해야겠다고 생각했지.”
낮 12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김 할머니는 언제나 그렇듯 위안부 소녀상 곁에 의자를 두고 앉았다. 생존해 있는 60명의 피해 할머니들 가운데 5명이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관계자들을 비롯해 시민 300여명도 할머니들과 함께했다.
사람들의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높았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102년 전 우리는 주권을 뺏겼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선 아직도 주권을 찾지 못했고, 정부는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도 마이크를 잡았다. “일본 대사는 들어라, 할머니들의 한을 풀지 않으면 너희들은 재앙을 면치 못할 것이다.” 다른 할머니들이 눈물을 훔쳤다. “이제 증인들이 살 날이 많지 않다. 우리 같은 피해자들은 아직 해방을 맞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하루빨리 문제를 해결하라.” 김 할머니의 외침이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 카랑카랑 울렸다. 소녀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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