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출범이후 사상초유 사태
“획일성, 헌재 존재이유 의심케”
“획일성, 헌재 존재이유 의심케”
오는 15일 출범하는 5기 헌법재판소가 대부분 현직 고위 판·검사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새로 선정되는 재판관 다섯 자리 가운데 대법원장 몫 두 자리에 김창종 대구지방법원장·이진성 광주고등법원장이 지명된 데 이어, 국회의 여당 몫으로 안창호 서울고검장, 야당 몫으로 법원장급인 김이수 사법연수원장이 각각 추천됐다. 여야 합의 몫으로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강일원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53·사법연수원 14기)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남은 재판관 4명 가운데도 현직 판·검사 출신이 아닌 사람은 내년 3월 퇴임하는 송두환 재판관(전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뿐이다.
헌재 관계자들은 이렇게 되면 1988년 헌재 출범 뒤 처음으로 재야나 진보 성향 재판관이 사실상 한 명도 없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교수나 변호사 출신 재판관도 없어질 수 있으며, 여성도 이정미 재판관(2017년 3월 퇴임 예정) 한 명에 그치게 된다는 것이다. 헌재 고위관계자는 “헌법 재판관은 법률적 지식이나 재판 경험보다는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깊고 넓게 ‘자기 생각’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며 “똑같은 생각만 하는 사람들만 있어서는 헌재의 존재 의의를 의심받게 된다”고 말했다. 5기 재판부에서 예상되는 ‘획일성’은 여러 다양한 생각이 맞부딪혀야 하는 헌재의 특성에 맞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이들은 헌재 안팎에 많다.
한 헌재 관계자는 “재판관 9명 가운데 5명 이상이 고위법관 출신이라면 헌재가 ‘법원 2중대’란 말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며 “대법원 쪽에선 당분간은 헌재가 자신의 뜻과 어긋나는 결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위헌 결정 등을 통해 종종 진보적 구실을 해온 헌재의 급격한 보수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편, 새누리당이 여야 합의 몫 후보로 내놓은 강일원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민주통합당이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주장해 추천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여당 몫 후보로 추천된 안창호 고검장에 대해서도 “공안검사 출신”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는 김창종·이진성 지명자에 대해서는 10일과 12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청문회를 각각 연 뒤 13일 경과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국회 몫으로 추천된 안창호·김이수 후보자 등은 인사청문특위 청문회와 본회의 인준투표를 거쳐 임명된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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