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서 승승장구하던 ‘TK인맥’
한상률 청장 ‘3억협조’ 제안 거절
좌천…사퇴압박…긴급체포…수난
한상률 청장 ‘3억협조’ 제안 거절
좌천…사퇴압박…긴급체포…수난
2007년 7월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취임할 때까지 안원구(52) 전 국장은 ‘승승장구’ 중이었다. 1982년 행정고시 26기로 공무원이 된 안 전 국장은 1999년 7월 김대중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인 김중권씨의 추천으로 청와대 파견근무를 시작했다. 파견근무가 끝난 뒤에는 국세청 총무과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을 거쳐 대구지방국세청장에 임명됐다. ‘도곡동 문건’을 본 것은 대구청장 취임 한달 뒤였다.
안 전 국장의 운명은 그다음부터 바뀌었다. 대선 직전인 2007년 11월 당시 한상률(58) 국세청 차장은 전군표 전 청장의 갑작스런 낙마로 국세청장 자리에 올랐다. 곧이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한 전 청장은 연임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고 그 과정에 안 전 국장을 끌어들이려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충남 서산 출신인 한 전 청장으로선 경북 의성 출신이자 대구지역에서 1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한 안 전 국장의 티케이(대구·경북) 인맥이 필요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안 전 국장은 2008년 2월22일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과 서울 한 호텔의 일식당에서 만나 문제의 ‘3억원 제의’를 받았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안 전 국장은 “개인적으론 세번째 만남이었던 그날, 한 청장이 ‘이 정부가 티케이 정부인데 티케이 출신인 당신이 차장이 되어 나를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며 ‘정권 실세에게 10억원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7억원은 내가 준비할 테니 3억원을 만들어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청장은 관련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하고 있다.
‘3억원 제안’을 거절한 지 한달 뒤, 안 전 국장은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으로 좌천됐다. 안 전 국장이 ‘도곡동 문건’을 빌미로 이명박 정부와 맞서려 한다는 사정당국의 압력이 시작된 것도 이 무렵이다.
곤경에 처한 안 전 국장에게 한 전 청장은 또다른 제안을 내놓았다. 2008년 7월께 한 전 청장은 안 전 국장을 불러 “(당신이) 베트남 국세청 사람들과 친분이 있으니 태광실업 베트남공장 계좌 조사를 도와달라”고 제안했다는 게 안 전 국장의 증언이다. 이마저 흔쾌히 응하지 않자, 2009년 1월 국세청 감찰팀은 불법감금 등을 통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후 안 전 국장은 사건 관련자들과의 대화 내용을 녹취하는 등 결백을 입증할 자료를 모았다. 그러나 검찰은 공무원 직위를 이용해 아내가 운영하는 화랑의 그림을 업자들에게 강매했다며 2009년 11월 안 전 국장을 긴급체포한 뒤 구속기소했다.
체포된 뒤에는 아내를 통해, 재판 진행 중에는 법정에서 정권 차원의 공작과 압력을 증언했으나, “그때마다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며 안 전 국장은 안타까워했다. 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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