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성적압박 엄마 살해’ 고교생 항소심 선고
“나도 사춘기 자녀 둔 엄마라
지군 죄책감·고통 깊이 공감
그러나 속죄하며 자신 돌아보라”
‘단기 3년, 장기 3년6월’ 실형 유지 “어미의 심정으로….”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505호 법정. 판결문을 읽어내리는 형사10부 조경란(52·사법연수원 14기) 부장판사의 목소리가 점점 더 떨렸다. “비록 피고인을 아버지 품으로 바로 돌려보내지는 못하지만, 어미의 심정으로 피고인의 장래를 위해 기도할 것을 약속하며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조 부장판사는 피고인을 똑바로 보지 못한 채, 안경 아래로 흐르는 눈물을 여러차례 훔쳐냈다. 그의 앞에 선 피고인은 지난해 3월, 전교 1등을 하라고 혼내며 밥을 굶긴 채 골프채로 밤새도록 200대를 때린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지아무개(19)군이었다. ‘존속살해’라는 무거운 죄를 저지른 지군을 엄히 꾸짖을 법도 했지만, 조 부장판사는 ‘어미의 심정’으로 판결을 선고했다. 조 부장판사는 “지군이 어머니를 살해한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변호인의 주장과 “지군은 어머니를 살해할 당시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는 검사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는 판결문 내용을 담담하게 읽어가다, 별도로 준비한 양형 이유 대목에 이르러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조 부장판사는 “지군의 행위는 자신의 존재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지군 스스로 용서받을 수 없는 중죄임을 인정하고 있고, 지군이 올바른 심성으로 아름답게 성장할 가능성을 감지할 수 있어, 지군을 실형에 처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법관으로서 고뇌를 밝혔다. 그는 이어 “피고인과 같은 사춘기 자녀를 둔 어미로서 지군 부자의 죄책감과 고통을 가슴 깊이 공감하고 이해한다”면서도 “형벌은 지군 한 사람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지군으로서도 일정 기간 가장 낮은 곳에서 섬김과 봉사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속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오히려 유익하다고 생각된다”고 징역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지군에게는 1심과 같은 징역 단기 3년, 장기 3년6월이 선고됐다. 조 부장판사의 눈물에 방청석에서도 눈물이 터져나왔다. 피고인석에서 깍지를 끼고 눈을 감은 채 기도문을 외며 재판장의 선고를 담담히 듣던 지군은 재판이 끝난 뒤 바로 법정을 나섰다. 재판이 끝난 뒤 지군의 아버지는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판결을 내려줘 감사하다”며 “아비로서 아쉬운 마음은 들지만, 옥중 생활이 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 사람이 되고 소중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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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군 죄책감·고통 깊이 공감
그러나 속죄하며 자신 돌아보라”
‘단기 3년, 장기 3년6월’ 실형 유지 “어미의 심정으로….”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505호 법정. 판결문을 읽어내리는 형사10부 조경란(52·사법연수원 14기) 부장판사의 목소리가 점점 더 떨렸다. “비록 피고인을 아버지 품으로 바로 돌려보내지는 못하지만, 어미의 심정으로 피고인의 장래를 위해 기도할 것을 약속하며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조 부장판사는 피고인을 똑바로 보지 못한 채, 안경 아래로 흐르는 눈물을 여러차례 훔쳐냈다. 그의 앞에 선 피고인은 지난해 3월, 전교 1등을 하라고 혼내며 밥을 굶긴 채 골프채로 밤새도록 200대를 때린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지아무개(19)군이었다. ‘존속살해’라는 무거운 죄를 저지른 지군을 엄히 꾸짖을 법도 했지만, 조 부장판사는 ‘어미의 심정’으로 판결을 선고했다. 조 부장판사는 “지군이 어머니를 살해한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변호인의 주장과 “지군은 어머니를 살해할 당시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는 검사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는 판결문 내용을 담담하게 읽어가다, 별도로 준비한 양형 이유 대목에 이르러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조 부장판사는 “지군의 행위는 자신의 존재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지군 스스로 용서받을 수 없는 중죄임을 인정하고 있고, 지군이 올바른 심성으로 아름답게 성장할 가능성을 감지할 수 있어, 지군을 실형에 처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법관으로서 고뇌를 밝혔다. 그는 이어 “피고인과 같은 사춘기 자녀를 둔 어미로서 지군 부자의 죄책감과 고통을 가슴 깊이 공감하고 이해한다”면서도 “형벌은 지군 한 사람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지군으로서도 일정 기간 가장 낮은 곳에서 섬김과 봉사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속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오히려 유익하다고 생각된다”고 징역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지군에게는 1심과 같은 징역 단기 3년, 장기 3년6월이 선고됐다. 조 부장판사의 눈물에 방청석에서도 눈물이 터져나왔다. 피고인석에서 깍지를 끼고 눈을 감은 채 기도문을 외며 재판장의 선고를 담담히 듣던 지군은 재판이 끝난 뒤 바로 법정을 나섰다. 재판이 끝난 뒤 지군의 아버지는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판결을 내려줘 감사하다”며 “아비로서 아쉬운 마음은 들지만, 옥중 생활이 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 사람이 되고 소중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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