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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독립운동과 사회주의, 필연적 만남

등록 2005-08-04 19:22수정 2005-08-04 19:24

1921년 5월 러시아 극동시베리아지역 한인들과 망명 독립운동가들이 만든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 창립대회가 열린 이르쿠츠크 시내 극장. 이르쿠츠크/이본영 기자
1921년 5월 러시아 극동시베리아지역 한인들과 망명 독립운동가들이 만든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 창립대회가 열린 이르쿠츠크 시내 극장. 이르쿠츠크/이본영 기자
러시아혁명, 폭압과 어둠속 한줄기 빛
지식인·청년층에 ‘새 사상’ 큰 물줄기

1917년 러시아 10월혁명은 좌우를 막론하고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박은식은 10월혁명을 ‘세계 개조의 첫 신호탄’으로 표현했다. 폭압과 전망 없음 속에 방황하던 독립운동가들에게 민족적·계급적 평등을 내세우는 거대 제국의 등장은 큰 사변이자 복음이었다. 러시아가 일본과 숙적 관계인 점도 희망의 근거였다.

1918년 파리강화회의에 한국 독립을 청원하러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김규식은 1922년 1월 모스크바를 찾았다. 그는 56명의 극동민족회의 참석 한국인들을 대표한 연설에서 “모스크바는 세계 프롤레타리아 혁명운동의 중심지로서 극동 피압박민족 대표자들을 환영하고 있는데, 워싱턴은 자본주의적 착취와 팽창의 중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전에 열강들이 모여 세계질서 재편을 논의한 워싱턴회의에서 임시정부 대표단이 철저히 외면당한 데 따른 설움이 묻어났다. 이에 코민테른(국제공산당) 집행위원장 지노비예프는 소비에트 권력과 손을 잡자고 설득했다.

3·1운동 전후 제국주의 열강들한테서는 기대할 게 없다는 결론을 내린 많은 이들이 신생 소비에트공화국을 ‘최후의 희망처’이자 본보기로 여기기 시작했다. 일제의 토지 수탈 등에 따른 농촌의 비참한 현실과 갓 자라나기 시작한 노동자층의 존재도 사회주의운동 보급의 길을 넓혔다.

새로운 사상이 소비에트공화국과 일본 등지를 거쳐 퍼지면서 청년과 지식인층, 비타협적 민족주의자들을 감염시켰다. 사회주의 계열은 1918년 연해주에서 결성된 최초의 본격적 사회주의단체인 한인사회당을 시작으로 무장독립운동과 조직운동 등을 벌이며 독립운동의 큰 물줄기를 이뤘다.

임경석 성균관대 교수(사학)는 “3·1운동 전후 사회주의가 급속도로 퍼진 것은 기독교가 19세기 후반 조선에서 빠르게 전파된 것처럼 당대의 조건들이 만들어낸 필연적 현상”이라며 “해방을 추구하는 약소민족들이 사회주의에서 탈출구와 대안을 찾은 것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역사에서 발견되는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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