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전 경찰청장.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해결 기미 없다’며 경찰력 투입
“타결 국면” 증언으로 거짓 판명
“월권행위…조직 입장에선 역적”
“타결 국면” 증언으로 거짓 판명
“월권행위…조직 입장에선 역적”
쌍용차 강제진압 독단 결정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에 대한 경찰의 강제진압 행위가 조현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다는 경찰 고위 관계자의 증언은 당시 노사협상이 타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었다는 배경을 바탕에 깔고 있다.
당시 경찰력 투입의 표면적인 이유는 ‘문제 해결의 기미가 없다’는 것이었지만, 노조 관계자들은 “공권력 투입 당시엔 이미 평화적 타결의 조짐이 보였다”고 입을 모아왔다. 여기에 더해, 경찰청 역시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는 증언이 새로 나온 것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19일 “당시 ‘제2의 용산 사태’를 우려해 테이저건 등 인명 살상 우려가 있는 대테러 장비의 사용을 자제할 것을 경찰청이 서면으로 경기경찰청에 통보했다”며 “나중에 테이저건 때문에 얼굴을 다친 노동자 사진을 보고 허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상관인 경찰청장의 지시를 사실상 조 전 청장이 거부했다는 것이다.
본청의 지시를 어기면서 조 전 청장이 경찰력을 투입한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조직의 입장에선 상부 지시를 어긴 월권적 행위이며 역적이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경찰청 차원의 물밑 작업이 꾸준하게 진행됐음에도 경찰력 투입이라는 독자적 행보를 택한 조 전 청장에게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 2009년 6월 초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었던 추미애 의원이 노사 간담회를 연 것을 시작으로 여당·노동부가 주최하는 비공개 노사교섭이 잇따라 진행됐다. 6월 초부터 이런 교섭은 10차례 넘게 열렸다. 경찰청이 비공개 교섭을 직접 주선하기도 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경찰이 노사 양쪽을 테이블로 끌어 앉혔다”고 표현했다. 공권력 투입 바로 전날인 7월19일에도 박영태 공동법정관리인을 포함한 쌍용차 임원진과 노조 관계자 사이에 비공개 접촉이 있었다. 경찰 역시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경찰청 차원의 협상 타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애초부터 경기경찰청은 강제진압에 더 관심이 많았다는 게 노조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당시 쌍용차 노사정 협상에 참여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현장에 배치된 경기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은 평화적 중재보다는 경찰력을 조기 투입해 사태를 조속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도 “당시 노사 양쪽 모두 물리적 한계점에 다다른 상태여서 합의는 시간문제였다”며 “경찰력 투입으로 부상자만 속출하고 협상 타결도 더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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