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의 편지 “내 특허를 기부합니다”
살인죄로 16년 복역 초등 졸업자
학사학위 취득·4건의 특허 등록
“차량 하중 이용한 전기발생 기술
국제특허 받아 경제 도움 됐으면”
학사학위 취득·4건의 특허 등록
“차량 하중 이용한 전기발생 기술
국제특허 받아 경제 도움 됐으면”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특허를 받아낸 사형수가 이 특허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교도소에 복역중인 박아무개(49)씨는 최근 <한겨레>에 편지를 보내 “복역중에 어렵게 받아낸 국내 특허기술이 있는데, 이를 국제 특허로 출원할 수 있는 기한이 한달 정도 남았다”며 “어느 회사든지 관심 있는 곳에서 기술 이전을 받아 (그 회사 명의로) 국제권리를 확보하여 산업 및 사회경제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씨가 지난해 10월28일 특허출원하고 올해 8월 특허등록된 이 기술은 ‘차량 하중을 이용한 공압발생장치 및 공압발전 시스템’이다. 도로 위에 설치된 장치 위로 차가 지나가는 순간 압축된 공기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드는 기술이다.
이 특허의 기술적 가치에 대해 이시복 부산대 교수(기계공학)는 “박씨의 특허는 버려지는 에너지를 모아 쓰는 ‘에너지 하비스트’(에너지 추수)의 하나로,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라며 “차량이 톨게이트를 통과하거나 신호대기 등으로 속도를 줄여야 하는 순간에 버려지는 에너지를 전력화하는 것으로, 당장 제품화하지 않는다 해도 새로운 기술을 발명해내는 다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받고 16년째 복역중인 박씨는 편지에서 “중죄인이라 국민으로서 자질이 부족하고 매우 조심스럽지만, 투자비용 대비 전력생산 효율이 태양광 또는 풍력 발전보다 4배 이상 높은 이 기술에 대한 국가적 권리를 보장받았으면 한다”며 뜻있는 기업에 무료로 특허권을 넘기겠다고 밝혔다.
국내특허 출원 1년 이내에 국제특허 출원을 낼 수 있는데, 다음달 28일로 다가온 기한 내에 특허권을 넘겨받은 기업이 국제특허를 추진해달라는 것이다. 박씨는 “아무리 뛰어난 것이라도 내가 가지고 있어선 아무 쓸모가 없다”며 “관련 기술을 보유한 회사에서 실용화 가능성을 직접 검토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더 발전시켜 완성해 주었으면 한다”고 편지에 덧붙였다.
초등학교만 졸업한 박씨는 살인죄로 복역하던 지난 16년 동안 중·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치고 학사 학위도 취득했다. 과학기술 분야에 관심이 많아 2009년부터 풍력발전기용 수직축 풍차장치, 에너지 절감형 복합 식수제조장치, 음식물쓰레기를 이용한 압축성형 숯연료 제조방법 등 4건의 발명특허를 등록했다.
박씨를 돕고 있는 신경철 부산대 교수(고고학)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10대 시절 등 우발적 살인을 두차례 저질렀지만 탐구욕이 뛰어나고 머리가 비상하다”며 “공부하려고 일부러 독방을 쓰면서 검정고시와 발명특허를 준비해왔다”고 박씨를 소개했다.
박현철 박아름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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