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휴게소(동해방향)
한국도로공사 휴게소 35곳 선정 소개
“어쩌면 우리가 슬플 때 우리를 가장 잘 위로해주는 것은 슬픈 책이고, 우리가 끌어안거나 사랑할 사람이 없을 때 차를 몰고 가야 할 곳은 외로운 휴게소인지도 모른다”.
평범한 일상에서 길어올리는 깊은 성찰로 유명한 ‘일상성의 발명가’, 알랭 드 보통의 책 <여행의 기술>에 나오는 말이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한자리에 모이기 위해 도로 위에서 10시간을 버틸 각오를 하는 도시인들은 어쩌면 일상의 외로움을 해갈하기 위해 먼길에 나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외롭고 짜증나는 귀성길, 우리는 어떤 ‘외로운 휴게소’를 찾아야 할까.
한국도로공사가 28일 귀성길 외로움을 달래줄 휴게소 35곳을 선정해 소개했다. 급한 볼일을 해결하거나 퉁퉁 불은 가락국수로 허기를 때우는 기능성을 벗어나, 다양한 볼거리와 느낄거리가 준비된 감성 휴게소들이다.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귀성객들은 인삼랜드 휴게소(통영방향)를 들르면 좋겠다. 하얗게 핀 구절초 군락 사이로 난 조용한 산책로는 차량으로 꽉 막힌 도로에서 느낀 답답함을 풀어줄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나선 귀성길이라면, 느닷없이 나타난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또 마을의 당산나무인 500년 된 느티나무를 주제로 조성된 테마공원에 들를 수도 있다. 중부내륙 고속도로 현풍휴게소(현풍방향)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신령스런 울창한 나무가 귀성객을 반겨준다.
중앙고속도로 안동휴게소(부산방향) 전통문화체험관은 우리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어린이들이 생소한 볼거리와 경험에 즐거워한다고 한국도로공사는 설명했다. 또 단양휴게소(춘천방향)에서도 적성산성과 적성비(국보 198호)를 둘러볼 수 있다.
아름다운 경관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동해고속도로 동해휴게소(동해방향)와 옥계휴게소(속초방향)는 망상해수욕장 백사장과 동해 바다의 수평선이 평행선을 이루는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한다. ‘제일 경관 휴게소’라는 입간판이 세워 있는데, 오만한 자신감이 생길법한 경관이다. 익산장수 고속도로의 진안휴게소(양방향)에서는 마이산의 둥근 능선을 한눈에 새길 수 있고, 전주광양 고속도로 황전휴게소(완주방향)에서는 지리산 품에 안기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남해선 섬진강휴게소(부산방향)의 섬진강 전망대에 들른다면, 봄에는 초록 물빛에 하얀 벚꽃잎을, 가을엔 푸른 물빛에 갈색 단풍이 어우러진 수채화같은 풍경을 감상하면 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는 귀경길에서도 들를 만한 휴게소는 많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청원휴게소(서울방향) 생태 테마파크를 이용하면 좋다. 호수와 폭포. 산책로가 잘 가꿔져 있고, 500여종의 동·식물을 볼수 있는 생태 체험관도 마련돼 있다. 경산휴게소(서울방향)의 신상리 고분군 공원은 해질녘 노을빛과 둥근 고분의 봉분이 잘 어우러져, 가족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경관이다.
소설가 하성란은 산문집 ‘왈왈’에서 휴게소에 얽힌 추억들을 적었다. “전국의 휴게소를 돌아다니면서 호두과자 봉지만 60여 장을 모아둔 젊은 요리연구가 김노다씨가 비밀스럽게 말했다. 휴게소마다 호두과자 봉지가 다 다르다고. 우리나라 휴게소 어딘가에는 호두과자 하나에 호두 한 알을 통째로 넣어주는 곳이 있다고. 어딘지 콕 집어 대지 못하는 걸로 봐서 그 역시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는 어른인 듯하다. 그래도 그런 꿈 하나는 영원히 찾지 못할 휴게소에라도 심어두고 싶은 것이다”. 올 추석, 가족들과 함께 하는 꿈 하나 어느 휴게소에 심어놓는건 어떨까?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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