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사고난지 언젠데 이제야…” 구미 주민들 울분

등록 2012-10-05 20:32수정 2012-10-05 22:45

이기환 소방방재청장이 5일 불산 가스 누출 사고로 피해를 본 경북 구미시 산동면 마을을 방문해 잎사귀가 누렇게 변해가는 농작물을 살펴보고 있다. 구미/소방방재청 제공
이기환 소방방재청장이 5일 불산 가스 누출 사고로 피해를 본 경북 구미시 산동면 마을을 방문해 잎사귀가 누렇게 변해가는 농작물을 살펴보고 있다. 구미/소방방재청 제공
불산누출 8일만에 정부합동조사
“여기서 계속 살아도 괜찮은 거냐?”
마을 온 정부조사단에 거센 항의
인명·농작물 피해 등 갈수록 늘어
공단 방류수·낙동강서 불소 검출
“여기서 계속 살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말해 달라는데 웬 엉뚱한 말만 늘어놓습니까?”

5일 오후 4시15분께 경북 구미시 산동면 임천리 마을회관 앞. 인근 구미국가산업단지 ㈜휴브글로벌에서 일어난 불산(불화수소산) 가스 누출로 마을이 초토화되면서 불안에 떨던 주민들은 사고 발생 8일이 지나서야 시작된 정부의 늑장 조사에 분통을 터뜨렸다.

“농작물이 쓰러지는데 사람은 괜찮은지, 여기서 진짜 살아도 되는지 묻지 않습니까?” 주민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정부 재난합동조사단 부단장인 김중열 소방방재청 예방총괄과장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 규모를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이 이번 조사의 주요 목적”이라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이날 오후 산동면 임천리·봉산리 등을 돌던 정부 조사단은 오후 4시께 대구환경운동연합·구미참여연대 등이 주민설명회를 열던 마을회관을 찾았다가 주민들의 항의에 부닥치자 15분 만에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마을회관에 모인 100여명 가운데 젊은이들은 조사단을 에워싸고 거세게 항의했고, 뒤쪽에 있던 노인들도 고함을 쳤다. 주민 김분연(79·여)씨는 “뭘 하다 이제 오냐. 아예 주민들 다 죽고 오지 그러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김춘점(78·여)씨는 “그렇게 무서운 독성물질인지도 모르고 열무와 배추 뽑아서 부산에서 대학 다니는 손주에게 김장 담가 보내고 나도 먹었는데…”라며 울먹였다.

박종욱(54) 임천리 피해대책위원장은 “사고가 난 뒤 주민들 대피도 제대로 못 시켜놓고는 이제 와서 합동조사단이라니, 늦어도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두통 등으로 병원을 찾은 주민과 공장 노동자들은 이날 하루에만 701명이나 불어 모두 1594명에 이르렀다. 농작물 피해 면적 135㏊, 소 812마리 등 가축 1313마리, 차량 516대로 피해가 더 늘었다.

앞서 대구지방환경청이 지난 1일 사고 지점 인근 구미4단지 공공하수처리시설 방류수와 낙동강 지류인 한천과 낙동강 본류 4곳에서 수질검사를 한 결과 5곳에서 불산의 성분인 불소가 검출됐다. 구미4단지 하수처리장 방류수에선 수돗물 허용 기준치(1.5㎎/L)를 초과한 2.27㎎/L를 기록했다. 하천수에선 수돗물 함유량 기준치를 밑돌았다.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불산을 금속 세척용으로 쓰는 업체들의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불산 누출 사고 당시 알칼리성 중화제인 석회가 아니라 물을 뿌려 진압한 영향이 아니냐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구미/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마네킹 때문에 상영금지…영등위 심사 ‘자가당착’
이한구 “장준하 의문사 규명 대선뒤에 하자”
안철수의 자본주의, 성분을 뜯어보다
목 조르려 줄 매듭 푸는 동안 처는 구경만 했나?
박민규, 책상 두 개를 오고가며 소설 두 편!
수달아, 어젯밤에도 ‘월북’을 시도했니?
[화보] 귀여운 연재의 ‘말춤’ 구경해보실래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